정종배 시

와송

정종배 2018. 8. 7. 22:53

 

와송/정종배

 

천년 고찰 지붕에 자라는 와송이

중창불사 새 기와 작업하다

큰일 보러 내닫는 와공의 꼴마리를

탈옥한 씨앗 하나

해우소 오르는 돌계단 틈새에

대웅전 한 채를 튼실하게 세웠다

 

고려 현종 대량원군 시절 잠꼬대소리

이성계 수륙사 천도재 합장소리

집현전 학사들 훈민정음 발음소리

백초월 스님 칠성각 흙벽 사이

태극기 독립신문 숨기는 소리

박한영 탄허스님 그윽한 범어소리

육영수여사 세 모녀 기도소리

김신조 일당의 숨죽인 발걸음소리

무위당 진관스님 독경소리

계호주지스님 사찰음식 칼질 소리

멧돼지 유기견 침 넘기는 소리

템플스테이 연인들 사랑의 소리

어린이법당 동자승 조는 소리

선남선녀 삼배 합장 비는 소리

 

진관사 내력을 줄줄 외는 와송이

대웅전 지붕 위에 오르는 날까지

소쩍새 두견이 까마귀 뻐꾹새

울음소리 주고 받는

동정각 범종소리 번지는

마음의 정원에

우주 질서 순환의 기쁨으로

환생을 벗어나기 위하여

한 그루 와송을 미륵불로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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