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액현상/정종배
이른아침 진관야생동물생태보호구역
나무데크 산책길
열대현상에 잠 못 이룬 아침이면
느릅나무 가지 아래 데크가 물기에 젖어있다
이파리에 매달린 물방울을 햇살이 꿰뚫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반짝였다
날씨가 무더워 매미가 울어대면
나무는 제 몸이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하여
넘치는 물을 뭉쳐
잎맥 끝에 물방울로 내달아
오늘하루 견딜만큼 푸른 물을 저장한다
느릅나무 한 그루로
욕심을 덜어내
푸른 그늘 향기를 내품어
최악의 폭염에 녹아 지친 사람들을 불러들여
무지개빛 꿈길을 내주는 하루이길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