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널배

정종배 2018. 8. 19. 21:14

 

널배/정종배

 

땅 위에 그냥 걸을 땐 위태롭다

허리 굽고 다리 휘어

키보다 큰 널배를

뻘밭에 뉘일 때까지

영락없이 극노인으로 안쓰럽다

 

널배에 왼무릎 올리고

오른 발을 밀때부터 변신한다

베스트 드라이버로

부드럽게 뻘밭을 누빈다

 

휘휘 뻘을 휘저어 꼬막과 조개를 주워내기

반 백년 진이 박혀 신이 난다

 

힘 하나도 없다가도

물이 빠지고 뻘이 나오면

물불 가리지 않고

가족들 목숨을 이어간다

 

어머니 팍팍 힘은 뻘보다 징허게 보드랍다

뻘밭은 널배는 어머니다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리나무  (0) 2018.08.19
말복  (0) 2018.08.19
매미  (0) 2018.08.19
이말산  (0) 2018.08.16
단비  (0) 20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