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곤충호텔

정종배 2018. 9. 25. 14:38

 

 

 

 

곤충호텔/정종배

 

 

가을산 열매를 사람들이

이삭도 남기지 않아서

멧돼지가 내려와 싹 쓸고가

귀뚜라미 소리도 사라지고

물봉선화 꽂향기 스러진

진관동 야생생물 보호구역

 

느티나무 그늘 밑

곤충호텔 앞 테크

한가위 보름달 달빛 아래

춤바람 중년 남녀

발과 손과 몸뚱이

곤충으로 변신한다

 

앞으로 나오다 뒤로 돌고

부드럽게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돌고 세 바퀴

두 손은 계란 쥐듯 불땀이 엄청 쎄다

 

울 너머 양파망 뒤집어 쓴 수수 이삭

큰 웃음 추석선물 받고서

낱알들 퀵퀵퀵 익어간다

나무테크 쿨럭거려 못대가리 일어나 춤을 추고

느티나무 푸른 치마 홀라당 태워먹을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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