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호텔/정종배
가을산 열매를 사람들이
이삭도 남기지 않아서
멧돼지가 내려와 싹 쓸고가
귀뚜라미 소리도 사라지고
물봉선화 꽂향기 스러진
진관동 야생생물 보호구역
느티나무 그늘 밑
곤충호텔 앞 테크
한가위 보름달 달빛 아래
춤바람 중년 남녀
발과 손과 몸뚱이
곤충으로 변신한다
앞으로 나오다 뒤로 돌고
부드럽게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돌고 세 바퀴
두 손은 계란 쥐듯 불땀이 엄청 쎄다
울 너머 양파망 뒤집어 쓴 수수 이삭
큰 웃음 추석선물 받고서
낱알들 퀵퀵퀵 익어간다
나무테크 쿨럭거려 못대가리 일어나 춤을 추고
느티나무 푸른 치마 홀라당 태워먹을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