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분들과 즐거운 배움의 길
숙장대행 정종배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구성원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국립산림과학원 반송 앞에 섰다. 청리은하숙 세계 시민학교가 경건하게 첫발을 내딛는 계절의 향기는 더 없이 환하였다. 청리은하숙 하정웅 숙장의 끝없는 지 향으로 마침내 새 우주가 탄생하였다. 반송을 옮겨 심은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의 인류와 국경 시대를 뛰어넘은 삶과 뜻이 이제 다시 새로운 꽃을 피웠다. 130여 살의 늘 푸른 붉은소나무가 가을 하늘과 함께 뜨겁게 반겨 맞는 듯 아침 햇살에 더욱 짙푸르렀다.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과 첫 만남은 일명 새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4월 첫 토요일 오후였다. 장훈고등학 교에서 17년 근무하다 공립으로 특채되어 장안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사립과 공립의 근무환경 과 고등학생과 중학생의 말과 행동 사고방식 등 다양한 특성이 달라 정신없이 새 학기 3월을 보냈다. 4월 들 어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망우리묘지공원 사색의 길을 걸었다. 고등학교 시절 당시 면목동 50번 버스 종 점 근처 친구 집에 자주 놀러 다녔다. 그 때 친구와 함께 망우리묘지공원을 찾아 답사하였다. 지금까지 뚜렷 이 기억에 남은 묘지는 죽산 조봉암 만해 한용운 두 분의 묘역이다. 아사카와 다쿠미 묘지 앞을 지나는데 조화가 즐비하였다. 유명 인사 아니면 대단한 집 선조인가 하고 묘지 를 확인하였다. 일본인 묘지였다.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다 한국의 흙이 된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이었 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약손> 저자인 박문하 수필 ‘또 한권의 책’을 전날 밤에 읽었었다. 박문 하 수필가가 일본의 지인에게 구입하여 보내라는 책 중에 두 권이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의 『조선의 선』과 『조 선도자명고』였다.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자료를 찾아 읽었다. 한국말과 한국의 옷 한국 의 온돌방과 한국인을 위해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으로 살다 가신 일제 강점기 식민지 관료로서 거의 유일한 분이라는 걸 알았다. 마침 서울시교육청 발간 계간지 『서울교육』지에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을 소개하며 이 이야기를 실었다. 2003년 동호공고로 옮겨 이재남 선생님과 토요일 오후 늦게 망우리 사색의 길과 묘지를 탐방하였다. 아사 카아 다쿠미 선생 묘지 앞에서 재일동포 3세 작가를 안내하시는 아사카와 다쿠미 현창회 조재명 회장과 인 사를 나누었다. 조재명 회장의 권유로 현창회 회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기 시작하였다.
영화 ‘백자의 사람’ 후원 모임에서 일본 중의원인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와 일본 대사 등 유 명인사와 인사를 나누고 여러 분과 교류하였다. 매년 4월 2일 전후로 아사카와 다쿠미 추도식에 학생들과 참여하였다. 학생들이 망우리에 묻힌 유명인사의 삶과 업적을 배워, 깨어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 음으로 지금까지 망우추모공원 유명인사 탐구 및 답사반을 구성하여 운영하였다. 체험활동 봉사활동 방과후 학교 동아리활동 학교축제 등 비교과 영역으로 기회 닿는 대로 참여하고 있다. 2010년 당시 아사카와 다쿠미 현창회 백조종 부회장께서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기 위해 100여 분의 글을 모아 책을 펴내겠다며 도움을 청하였다. 조재명 회장님의 급작스런 서거로 인해 현창회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며 거듭 함께 하여주길 요청하였다. 원고 청탁과 정리 편집, 교정 등 힘껏 힘을 모아 책을 발간하였다. 원고가 부족하여 청담고등학교 방과후학교 학생들의 소감문을 수록하기로 하여 20 여명이 동참하였다. 2011년 아사카와 다쿠미 학술대회에 맞춰 백조종 편저 『한국을 사랑한 일본인』을 출간 하였다. 또한 아사카와 다쿠미 80주기 추모식 때 추모시를 낭송하였다.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 추모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많은 분들은 나에게 좋은 일을 안겨 주었다. 추모식에서 만난 송옥진 기자와의 인연으로 소설 가 최학송 묘지 관리인으로 활동하는 내용이 한국일보에 기사로 실렸다.
2012년 다쿠미 선생의 고향 청리에서 “청리은하숙”을 참여하고 오신 백조종 부회장께서 청리은하숙 숙장대행을 맞게 되었다며 함께 할 사람은 정 선생뿐이라며 청리은하숙에 대해 이런 저런 말씀을 하였다. 하정웅 수림문화재단 이사장의 이력과 활동도 자세히 알려 주었다. 그 뒤 하정웅 이사장님을 추도식과 뒤풀이 행사 에서 뵙게 되었다. 하이사장은 수림문화재단 종로 사무실에 찾아오길 볼 때마다 말씀하였다. 나의 소극적 이고 수줍어하는 성격 탓으로 대답으로만 끝났다. 2014년 가을 아사카와 다쿠미 고향 후쿠토시 시의회에 서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의 묘지를 재단장 하였다. 행사 뒤풀이 장에서 시 원고가 있으면 후원하여 주었으면 하는 노치환 기자의 제안으로 정식 절차를 밟아 수림문화 재단 창작기금으로 제5시집 『봄동』을 출간하였다. 2013년 1월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그 동안 미뤄 두었던 시집 원고를 정리하여 시평을 해줄 평론가를 정 해 원고료까지 지급하였다. 시평을 쓸 교수이자 평론가가 원고 늦게 주는 분이라는 걸 알고서도 재촉하지 않 고 느긋하게 기다린 게 결국 창작기금으로 출간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무엇을 얻겠다고 버둥거리 거나 남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마음먹은 일은 거의 다 이루었다. 가까운 친구들은 ‘너는 이상 하다’며 무엇이든 거의 말한 대로 살아간다며 부러워하고 있다.
수림문화재단을 설립한 중앙대학교 전 이사장인 동교 김희수 선생 3주기 추모식 때 추모시를 헌정하고 낭송 하였다. 동교 선생의 헌신적인 삶과 남다른 교육관을 통해 인재 양성 즉 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는 교육활동을 본받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며 현재까지 노력하고 있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숙장대행을 맡아 늘 낮은 자세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뜻깊고 즐거운 학교로 발전하여 이어가려 하고 있다 2015년 8월 수림문화재단 김국장한테 하이사장님 뵈려 가는데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하이사 장님을 뵙고 청리은하숙에 대한 설립 제안과 계획을 듣고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청리은하숙에 참가한 학생 중 사회 활동을 하며 청소년 시절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활동으로 인해 지금의 자기가 되었다며 자랑스 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여 주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2주 후에 연락이 왔다. 올해 예산 이 잡혀 있으니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를 설립 개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수림문화재단 김 국장의 전화 였다. 작년 망우인문학 강좌에서 만남 (사)중랑문화연구소 이수종 상임이사께 말씀드렸더니 함께 하자며 선 뜻 받아드렸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설립 및 개교에 관한 일로 부탁을 드리면 어 느 한 분도 거절하지 않고 다 좋다며 따뜻한 협조와 도움을 주었다. 현재 망우리묘지공원에 관한 가장 다양 하고 깊은 자료집으로 올 11월 재출간 한 『그와 나 사이를 걷다』의 저자 김영식 작가도 망우인문학 강좌에서 만났다. 김영식 작가가 2008년 신동아 연재로 망우리에 묻힌 분들의 이력과 활동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 었다. 현재 망우인문학에 관하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학송 묘지 관리인으로 서울시 시설관리공 단에 올리게 된 연유도 김영식 작가가 글을 써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2006년 처음으로 만든 비밀통장을 깨 묘역을 정비하였다. 그 내용을 서울교원문학회 답사 때 살짝 알린 걸 학과 동기인 박수진 시인이 수필로 써 서 문학회 카페에 수록하였다. 김영식 작가가 자료를 찾다 그 내용을 옮겨 발표하였다. 집사람한테도 알리지 도 않고 한 일이었다. 집사람 친구가 그 기사를 읽고 알려 주어 들통이 났다. 그 뒤에도 두 번 더 봉분을 재 단 장하였다. 세 번째 작업은 여수에서 사업을 하는 고등학교 동기인 이호일 회장이 ‘좋은 일 하며 알리지도 않 냐’며 대금을 줘 갈무리하였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교사로 철저한 계획과 빈틈없는 활동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김영 만 선생은 고3 담임으로 대입 원서를 학생 원하는 대로 써 주지 않은 유일한 학생이다. 또한 담임으로 만난 학생 중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이며, 독서량 또한 깊고 다양하여 학교 교문 앞 헌책방 주인아주머니가 20년 동안 운영하며 만난 학생 중 독서 능력이 가장 뛰어난 학생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정도였다. 지금도 김 선생 어머님의 S대에 대한 바람만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고 미안하다. 주변의 모든 이가 고시를 하지 않느냐며 물었을 때 주저하지 않고 중학교 선생님이 좋지 않으냐며 되물을 정도로 현재 학생들과 즐겁게 생 활하고 있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참가한 학생들이 김 선생에 한 존경과 배움의 자세는 놀랄 정도로 깊 고 높았다.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이 심은 반송 앞에서 소나무와 다쿠미 선생과의 관계 이야기로 구성원 모두에게 자부 심과 삶의 철학을 심어 주며 개교식을 힘차게 열어 주신 선생님이 계시다. 창경궁 궁궐지킴이로 생태에 대한 명 강의로 이름을 떨치고 계시는 박상인 선생님과는 장훈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가장 닮고 싶은 선생님 중 한 분이었다. 지금도 각종 잡지에 나무와 생태학에 대한 글을 연재할 정도로 영원한 현역이시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교장으로 모신 박전열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님은 집사람이 졸업한 학다리고등학교 1학년 국어담당교사로 지금까지 스승과 제자로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하시고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학문 연구 및 후학 양성과 한일 간 문화교류에 진력하시었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정신을 천착 하고 북돋는데 최적격이시라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자리를 맡아 주시었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는 아사카와 다쿠미 폴 러쉬 김희수 하정웅 네 분의 디아스포라적인 인류애와 시 대와 국경과 민족을 초월한 삶과 활동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설립하였다. 그 중 폴 러쉬 성공 회 선교사의 자료는 국내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토익 감독하며 몇 마디 말을 나눈 인연으로 경희대 국문과 4학년 교환학생 우스이 나미코의 번역으로 폴 러쉬 자료는 자료집 한 꼭지를 차지하였다.
외적인 홍보 및 강사 연결을 맡은 최원일 푸른역사아카데미 운영위원장은 나의 교직 첫 근무지인 목포홍 일고 제자이다. 장훈고등학교 출근길에 몇 번 마주치다 인사를 나눠 알게 된 뒤 드문드문 소식을 전하였다. 올 여름 교통사고로 입원하여 문병 차 들렀다. 문병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신문 기자 출신 한 분이 성공회 주 교좌성당으로 신부님을 뵈러 가신다기에 폴 러쉬 선교사를 아시는 신부님이나 관계자 분을 찾아 연락처를 알려 주시길 바란다는 대화를 나눴다. 아직 내가 병원을 떠나지 않았는데, 성공회가 설립 운영하는 릿쿄대학 교목을 10년 봉직하신 유시경 신부님과 만나고 있다며 직접 전화로 확인하였다. 지난 11월 23일 월요일 저 녁 성공회 주교좌성당 신부님 집무실에서 만나 뵈었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와 관계가 돈독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음을 확인하고 다시 만나 좀 더 자세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실행하기로 하였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설립과 개교까지 만나는 분들마다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도와주시었다. 청리은 하숙 세계시민학교 교육 목표와 과정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도움을 주시고 협조한 분들의 제안과 고견을 바탕으로 운영한다면 멋지고 즐거운 학생들이 맘껏 재능을 찾고 봉사하는 행복한 학교가 되 리라 확신한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교사들은 제자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학교 졸업한 후 이런 저런 인연으로 관계를 맺어오다 지난 2012년 겨울 망우인문학 중심으로 활동하자며 모임을 결성하였다. 아직 구체 적인 실천 목표와 방법을 정하진 못하였으나 서로 뜻을 합하면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으리라 다짐하여 작 지만 내실 있는 모임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리라 믿고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겠다.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를 평생교육과 재능기부 봉사활동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말씀하시는 하정웅 숙장의 뜻을 잘 살려 참여 학생들이 주변에 추천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나날이길 기원하며 내년에는 더 욱 정진하는 학생들과 함께 하길 꿈꾼다.
20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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