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정종배
월요일 출근길
신이문역 2번출구
에스컬레이터 설치 작업
상일꾼 몇 명 몫인
시멘트 포대를
지게차가 쉽게도 옮긴다
나무장사 지게꾼으로
샛별을 길동무 삼아
나뭇단 한짐을 함평장에 부려놓고
아침밥 먹기 전에
화개동 천둥지기 논빼미
물꼬 보러
실갈치 매단 지게 작대기 장단으로
개망초 질경이 개여뀌 민들레 보래기 싸랑불 띠뿌리
이름 불러 안부 주고 받으며
한 번도 쉬지 않고
노둣개 넘어오던 아부지
큼지막한 발걸음 소리가 그립다
동함평산업단지 들어선 공동묘지
술 취한 장꾼들 뒤쫓아
씨름 한 판 붙자 조른 도채비
일렁이던 저수지 불빛은
지금도 누구의 가슴을 뛰게 할까
사진: 2018.11.5 신이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