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웅덩이

정종배 2018. 11. 5. 18:38

 

웅덩이/정종배

 

 

응봉능선 높이와 깊이를

가을 가뭄 때문에

골골거려 흐르는 물소리가

단풍잎 향기를 실고서

한치의 오차없이 잘도 재며 흐른다

 

그 물소리 향기로운 노고를 아는듯

목청을 가다듬고 쉬었다 가라며

물소리 흰머리통 휘어잡아

웅덩이가 하얗게 받아준다

 

바위 위를 흐르는 물소리는 해맑고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바위 위에 고인물은 소리가 나지않고

그림자 뚜렷하고

제 눈 주변에 있거나

제 하늘을 지나가는 물체는 아낌없이 비춘다

철새들 날개짓도 울음소리도 한참을 놀다간다

 

고인물은 햇빛을 반사하여

나뭇잎 밑바닥을 물빛이 비춘다

단풍잎은 제 때를 잊지 않고

목숨 걸고 옷을 갈아 입는다

햇볕 받은 위쪽보다

밑에는 각광받지 못한다

고인물이 걱정을 덜어준다

 

작고 얕은 웅덩이로

눈에 띄지 않는 외진 곳을 비추는

물웅덩이 반짝이는 힘입어

골고루 비추는 물비늘로

이 가을 거듭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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