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북/정종배
은평한옥마을 메뚜기다리 금을 넘자
야간사격 총소리가 어지럽다
느티나무 곤충호텔 지나다
돼지감자 꽃을 보고
뚱딴지같은 상상을 해본다
오늘 밤 12시 정각
남과북 종전 협의 폐기하고
휴전선을 제거하고 전면개방 시행한다
이제 총과 대포 소리 들려도
전쟁이나 훈련 아닌
총구와 대포 구멍 심심해서
녹슬지 않으려는
꽃놀이 패 병정놀이
장난이라 생각하세요
지금부터
소총과 대포라 부르지 말고
청년들의 장난감
민예품이라 일컫고
길냥이 모자가 쓰레기 비닐봉지 뒤지다
총소리에 놀라 길 어긋나지 않으며
포소리에 누리장나무 씨앗들 여물기 전에
쏟아지지 않기를
금이 어서 지워지길
저녁기도 드리며
두 손 모아 빌어본다
65년만에 남과북 군인들이 휴전선을 넘나들며
막힌 길을 뜷기 위해 손을 맞잡고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금이 생명인 서울에서 살지만
언제 어디나 누구에게도 금 함부로 긋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