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갈피나무/정종배
이문동 오래된 골목길 대문 위에
흔하게 보이는 오갈피나무
한여름 식구들 보양식에 넣고 끓여
가을이면 열매가 궁금했다
삼복염천 구탕은 언론에 밀려나
특수층 마니아 아니고는
이제는 접근하기 어렵다
어려서 단명이라 절에다 터를 판 뒤에는
가까이 하지 않다
군대 갔다 온 뒤로는
일부러 가리진 않았다
한때는 고3 담임으로 수험생 건강을 위한다
신길동 학교근처 구탕집 차일 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의무방어전도 치렀다
지금도 그때가 좋았다고
가끔씩 연락오는 제자들이 되새겨주지만
올해엔 한 그릇도 비우지 않았다
그 대신 한방닭백숙을 먹었다
밤 대추 은행 옻나무 오갈피 엄나무 삼지구엽초
몸에 좋다는 갖가지 약재를
푹 고아 오랜 시간 우려내야 하는데
빨리빨리 한강의 기적 산업화 역군인
성마른 손님들 성화에
무늬만 한방백숙으로 가지와 껍질째
시각적 효과만 펼쳐놓은
얼치기 음식 앞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땀을 빼는 찜질방이었다
북한산 둘레길 제9구간 마실길
잿골 진관골 삼천리골 건너간다
텃밭을 잘 가꿔 매번 지나갈 때마다
김치를 직접 담근 순천집을
지인들에게 소개했다
오갈피닭백숙이 제일이다
고맙다고 전화를 받는다
누렁이 몽 개집과 텃밭 경계선을
오갈피나무가 긋고 있다
지난 주 토요일 지나가다
주인장과 몇 마디 얘기 주고 받다
올 경기가 좋지 않다
IMF 시절에도 이러진 안했다
오갈피 열매를 가리킨다
아 이게 오갈피 열매에요
우연찮게 해후했다
한 해도 이 열매를 본 적이 없는데
올해엔 오갈피나무 열매도 서럽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