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은전 한 잎

정종배 2018. 11. 11. 09:35

 

은전 한 잎/정종배

 

 

출근길 신이문역

2번 출구

동전 한 잎 구른다

가을비에 젖어 낮게 소리가 깔린다

사람들의 눈도 따라 향기롭다

잃어버린 동전주인 주춤하다

홈으로 진입하는 전동차 소리에

급히 뛴다

복음 말씀 어긋난다

은전 한 잎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쓸며

샅샅이 뒤지지 않느냐

찾지 않으면 기뻐할 수 없다

갈 길을 잃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잃은 것을 되찮는 기쁨이 얼마나 크다는걸

더더구나 사랑은

말할 것도 없지 싶다

올 가을도 모과잎은 열매를 드러내 자랑하듯

단풍잎 손 놓으며

제 길을 걸어가라

겨울을 나기위해 화려하게 분주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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