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남과북

정종배 2018. 11. 9. 20:02

 

 

 

남과북/정종배

 

 

은평한옥마을 메뚜기다리 금을 넘자

야간사격 총소리가 어지럽다

느티나무 곤충호텔 지나다

돼지감자 꽃을 보고

뚱딴지같은 상상을 해본다

오늘 밤 12시 정각

남과북 종전 협의 폐기하고

휴전선을 제거하고 전면개방 시행한다

이제 총과 대포 소리 들려도

전쟁이나 훈련 아닌

총구와 대포 구멍 심심해서

녹슬지 않으려는

꽃놀이 패 병정놀이

장난이라 생각하세요

지금부터

소총과 대포라 부르지 말고

청년들의 장난감

민예품이라 일컫고

길냥이 모자가 쓰레기 비닐봉지 뒤지다

총소리에 놀라 길 어긋나지 않으며

포소리에 누리장나무 씨앗들 여물기 전에

쏟아지지 않기를

금이 어서 지워지길

저녁기도 드리며

두 손 모아 빌어본다

65년만에 남과북 군인들이 휴전선을 넘나들며

막힌 길을 뜷기 위해 손을 맞잡고 지뢰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금이 생명인 서울에서 살지만

언제 어디나 누구에게도 금 함부로 긋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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