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정종배
가시내야 가시내야 진주내기 가시내야
허무의 집이 이렇게 꽉 차고 넘치느냐
한생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구나
잊지않고 읽어주며 꼭꼭 씹어
시업이 굶지 않고
눈물이나 웃음이
분비는 게 제일이지
사내 마음 처음으로 앗아간 가시내야
또랑시인 희미한 물소리
진주비빕밥 놋그릇으로
거침없이 받아준 가시내야
하늘에 시인의 집 한 채 꾸미어
볕좋은 날에는 되새기는 바람으로
비오는 날에는 감싸주는 구름으로
눈오는 날에는 반짝이는 눈꽃으로
네 시혼 천둥처럼 가다듬어
하늘지기 마음 둘데 없는 사내
술 한잔 주거니 받거니
소복하게 한 상차려 시마를 다독여라
가시내야 가시내야 누이같은 가시내야
허수경 시인 49재 차를
계단 하나 차이로 놓치고
구파발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