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천상병 때밀이타올

정종배 2018. 11. 20. 13:28

 

천상병 때밀이타올/정종배

 

 

혼자 있어 2000원

니가 좋다 2000원

하나 주고 가시오 2000원

그래 나도 하나 주시오 2000원

팔면 손해 2000원

사면 이익 2000원

자식보다 2000원

니가 좋다 2000원

두 개 주고 가시오 2000원

그래 나도 두 개 주시오 2000원

오늘 밤은 2000원

문제 없다 2000원

팔면 손해 2000원

사면 이익 2000원

 

지금까지 전동차 이동장사 말씀 중에

가장 돈을 밝히고 반복해도

미소가 번진다

때밀이타올 두꺼운 잠바 위로 문지르지만

그것마저 시적으로 들렸다

 

잘 닦인 2000원짜리 시 한 편으로

점심 후 나른한 승객에게 큰 웃음 복짓는다

 

하늘로 소풍 갈 때 여비 걱정없이

손 벌려 1000원 받아내

낮술로 탕진한

천상병 시인이 환생하여

물가가 곱배기로 올랐다며

승객 틈을 비집고 당당히 지나간다

전동차는 7호선 수락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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