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환승

정종배 2018. 11. 17. 23:35

 

환승/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늦가을 단풍잎 고맙다

네가 환승하지 않았다면

숲 속에 들어가는 누구나

수해바다 섬으로 눈에 푸른 물이 배어

얼마나 막막하였을까

그나마 갖은 빛을 현란하게 드러내

얼마나 다행인지

세상도 사람도 어려울 때

제 자신을 어떻게 환승하는가

쉽지 않다

플라타나스 나뭇잎 한 잎이 단 시간에

갖가지 산맥을 긋고 지워

제 지나온 과거를 겸손하게 밝히는지

모든 일이 순리대로 환승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하여간 잎맥이란 저렇듯 뚜렷하다

나뭇잎이 햇빛을 걸러내

그늘 밑이 향기로운 까닭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죽음이란 막다른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환승의 잔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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