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늦가을 단풍잎 고맙다
네가 환승하지 않았다면
숲 속에 들어가는 누구나
수해바다 섬으로 눈에 푸른 물이 배어
얼마나 막막하였을까
그나마 갖은 빛을 현란하게 드러내
얼마나 다행인지
세상도 사람도 어려울 때
제 자신을 어떻게 환승하는가
쉽지 않다
플라타나스 나뭇잎 한 잎이 단 시간에
갖가지 산맥을 긋고 지워
제 지나온 과거를 겸손하게 밝히는지
모든 일이 순리대로 환승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하여간 잎맥이란 저렇듯 뚜렷하다
나뭇잎이 햇빛을 걸러내
그늘 밑이 향기로운 까닭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죽음이란 막다른 길 위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환승의 잔치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