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허수경

정종배 2018. 11. 20. 14:51

 

허수경/정종배

 

가시내야 가시내야 진주내기 가시내야

허무의 집이 이렇게 꽉 차고 넘치느냐

한생이 멀지도 가깝지도 않구나

잊지않고 읽어주며 꼭꼭 씹어

시업이 굶지 않고

눈물이나 웃음이

분비는 게 제일이지

사내 마음 처음으로 앗아간 가시내야

또랑시인 희미한 물소리

진주비빕밥 놋그릇으로

거침없이 받아준 가시내야

하늘에 시인의 집 한 채 꾸미어

볕좋은 날에는 되새기는 바람으로

비오는 날에는 감싸주는 구름으로

눈오는 날에는 반짝이는 눈꽃으로

네 시혼 천둥처럼 가다듬어

하늘지기 마음 둘데 없는 사내

술 한잔 주거니 받거니

소복하게 한 상차려 시마를 다독여라

가시내야 가시내야 누이같은 가시내야

 

허수경 시인 49재 차를

계단 하나 차이로 놓치고

구파발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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