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화장실

정종배 2018. 11. 23. 04:28

 

 

 

 

화장실/정종배

 

 

교직원 화장실보다

학생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일을 보고 쥐어 짜고

흔들며 날 다잡으려 그렇다

전교조 해직엔 각서 쓰는 형태로

고재호 박일환 선생님

두 분을 재물로

가족의 평안과 일신의 안전을 목표로

뜻을 꺽고 굽힌 뒤

똥개가 싸움에서 진 뒤엔

이긴 개집 앞을 지날 때 꼬리를 내리듯

어디다 마음 둘데 없어

산행을 줄창 다니며

안개가 낀 날에는

누구에겐지

야 개새끼들아 입에 두 손 모아 힘껏 외쳤다

내 자신이 개보다 못한 줄 모르고

화장실에 일을 보면서도

부끄러워 내려다보지 못하고 시원한 느낌이 사라졌다

옛 선인들의 지조란 하늘이 내리지 않았나

핑계거린 쎄고 쎘다

5.18 땐 일병으로 출신지가 남쪽이라 24시간 열외로 그 피튀기는 성지의 아픔을 무기력하게 같은 고향 장병들과

내무반 침상에서 작은 TV 화면

폭도들이 민주주의 지키는 눈물의 파티를 뒹굴며 쳐다봤다

12.12 땐 상병으로 완전군장 출동대기

5.16 12.12 두 번의 군사 구테타에 다 참여하는 영예를 안은 부대원으로 국난극복장을 가슴에 매달고 하늘을 찌르듯 힘이 솟아 주체를 못했고

다른 부대와 다른 특별한 군 위문품 봉다릴 받아들고 의기가 충천했다

구테타가 혁명으로 둔갑해

산돼지 12마리 통째로 식당에 내려졌다

12.12 숫자놀음 군바리 웃대가리 뇌

그 때는 돼지비계를 씹으며 배를 채우기에 바빠 생각 못하다

지금도 삽겹살 구워 입에 넣을 때 되새기면

정말 다른 무서운 종자다

고향을 들락거리며 망월동에 접근을 참배를 외면하고

촛불혁명 거의 다 참여하며

배경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느슨한 똥개로 어슬렁거릴 때마다 엉거주춤 목례로 인사를 올리며 세파의 유혹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은 세 분의 화장실 조우

프레스센터 화장실

세번 대권 도전 후 실패한 김대중 재야 원로

명동성당 화장실

서울대교구장 직을 벗은 김수환 추기경님

서울역 대합실 화장실

조계산 송광사 일지암에서 강원도 수류산방으로 거처를 옮긴 법정스님

택도 없는 또랑시인 애들이 등교해야 말이지

똥폼잡고 흔들며 흉내라도 낼거 아니어

애들만 없으면 선생 할만 하다는 농담도 진담으로

등에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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