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정종배
첫눈이 내렸다
서설이 아니고 폭설로
토요일 출근길이 마비됐다
눈이 내려 쌓이면
산과 숲과 바위와
뻘과 자갈과 모래 위
어디든 소복소복 눈밭이다
어느 누구 한 사람
차 한 잔 술 한 잔 마시자
전화 한 통화 없다
그렇다고 자발적 왕따라
위안 삼아 시를 쓴다는디
또랑시인
시 한 편 청탁없다
사람들 다 떠난 고향 묵정밭에
이삭도 줍지 않는 삼대같이 키는 멀대
얼굴은 미제 방독면도 맞지 않아
군대에선 화생방 고문관
장가드니 오이라고 처 조카들이 킥킥대고
학생들은 옥수수라고 뒷담화
직장에선 무단 결근 한번 못하고
무슨 시를 쓴다 타박받는 사이비 교사
집에서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늘어놓아
눈밭에 빤스도 벗기어 쫓아낸다
이사와 정리의 달인 엄처 엄포에도
헤벌레 웃어대 영낙없는 부애가심
속 창아지 하나 없는 철부지로
눈밭은 커녕 좆도 아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