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눈밭

정종배 2018. 11. 25. 08:13

 

눈밭/정종배

 

 

첫눈이 내렸다

서설이 아니고 폭설로

토요일 출근길이 마비됐다

눈이 내려 쌓이면

산과 숲과 바위와

뻘과 자갈과 모래 위

어디든 소복소복 눈밭이다

어느 누구 한 사람

차 한 잔 술 한 잔 마시자

전화 한 통화 없다

그렇다고 자발적 왕따라

위안 삼아 시를 쓴다는디

또랑시인

시 한 편 청탁없다

사람들 다 떠난 고향 묵정밭에

이삭도 줍지 않는 삼대같이 키는 멀대

얼굴은 미제 방독면도 맞지 않아

군대에선 화생방 고문관

장가드니 오이라고 처 조카들이 킥킥대고

학생들은 옥수수라고 뒷담화

직장에선 무단 결근 한번 못하고

무슨 시를 쓴다 타박받는 사이비 교사

집에서는 있는 것 없는 것 다 늘어놓아

눈밭에 빤스도 벗기어 쫓아낸다

이사와 정리의 달인 엄처 엄포에도

헤벌레 웃어대 영낙없는 부애가심

속 창아지 하나 없는 철부지로

눈밭은 커녕 좆도 아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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