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천지/정종배
산지 직송 슈퍼에 가
후식 과일 단감을 사는데
무수가 눈에 띈다
내 고향 함평에서 올라왔다
다섯 개 한 묶음 3900원
얼른 계산 끝내고
오매 오진거 들어보니
보기보다 묵신하다
함평천지 들판 쌀밥 먹고 죽은 양반 생애는
말도 못하게 겁나게 무거워
상두꾼들 힘들어 쉬어가자고 버티어
노제를 핑계 삼아 술상을 차려서
어릴적 상여 앞에 만사 대를 붙잡고
떡 하나 더 얻어 먹으며
재미지던 상여놀이 기억을 되새겼다
식후 먹는 무수는 인삼보다 낫다고
먹성 좋은 할매의 맛있게 자시던 소리가
오늘아침 따습게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