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낙락장송

정종배 2018. 11. 25. 11:04

 

낙락장송/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수시 전형 기준인 8월 31일

전과 후 돌변한 출결 문제가

수능 시험 이후 더 악화됐다

민성아 춥진 않냐

무단결석 25일로

네가 학교를 그만둔지

반년이 지났다

지금까지 열네 번 고3 담임 맡아

자퇴하는 녀석들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런 쓰레기같은 학교는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다는 너만

니 알아서 해라

유예기간 3주 지나

최종 결정을 너에게 맡기고

정글에 내던져 버렸다

가끔식 페북에서 꿈꾸듯

너의 흔적 꺼내 본다

알바는 쉽지 않지

사랑의 손편지는 이어가지

검정고시 공부도 두렵지 않겠지

솔 숲의 소나무가

낙락장송 되기는 싶지 않지

내가 좀더 기다려 주지않고

학급 꾸려 가는데

수월하려 내치진 않았지만

가정과 주변 환경에 치이어

빼빼 마른 너를 내보낸 뒤

폭풍우 눈보라 이겨내야

낙락장송 되지 않겠니

내 스스로 위로하며 다독이지만

애들이 이렇게 출결을

무너트릴 줄 알았다면

너도 함께 졸업할 것인데

체험활동신청서 한 장 내고

등교하지 않아

점심 먹고 산책하는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도둑눈 내려쌓인 숫눈길을 걸으며

다정하고 부드러운 네 미소 뒤

가지런한 이 하얗게 드러내는

환한 웃음 듣고픈 아침이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나무 앞에서  (0) 2018.11.28
함평천지  (0) 2018.11.25
눈밭  (0) 2018.11.25
갈대밭  (0) 2018.11.25
첫눈  (0) 201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