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국립한국문학관

정종배 2018. 12. 2. 19:20

 

 

 

 

 

 

 

 

 

국립한국문학관/정종배

 

 

기자촌 옛터에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확정 펼침막이

은평구 곳곳에 눈에 띈다

집에서 300m

일요일 저녁노을 함께 하고파

스틱 하나 집어들고 길을 나서

선배의 군대간 아들에게 쓴 편지 묶는 책

마지막 교정 관련 통화하며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여

기자촌 집들을 철거한 빈터에 다다랐다

 

겨울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

구름이 노을을 잡아먹어 해거름 화려한 잔치는 글렀다

서남쪽 하늘에 잠시 머문 노을 대신

낙상홍 눈개쑥부쟁이 애기단풍 갈대꽃 억새꽃과 눈을 맞춰

저녁노을 마지막 갈무리로

초겨울 작별 인사를 나누며 내년 봄을 약속했다

 

국립한국문학관 뭘 채워

우리 민족 풍성한 이야기와 다른 민족과의 관계까지 이어 한국문학의 영역을 확보하고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노을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또랑시인 길을 내준

 

무등산가 선운산가 제망매가 청산별곡 장진주사 호남가 판소리 사랑가

율곡 퇴계 송강 고산 교산 진이 매창 연암 다산

육당 춘원 벽초 횡보 동인 만해 영랑 이상 유정 지용 서해 조운 화성 태준 기영 육사 백석 동주 용악 광균 진섭 광섭 임화 지훈 목월 두진 치환 다형 종국 인환 수영 춘수 동엽 종삼 용래 상병 봉우 경림 성부 오덕 정생 경리 윤식 우창 종호 정래 문구 인호 태일 하림 규원 수권 성선 태주 지하 석영 영조 법정 송영 승세 성우 준태 정만 남주 정희 호승 종환 재구 남준 도현

그리고 은사이신 동리 미당 구상 명재 헌영 형만

작품과 삶을 손구구하며 산책로를 벗어나

가족과 친척 선생님 제자 인연 맺은 분들의 이야기가 단풍잎이었다 때에 맞춰 낙엽 쌓인 능선을 걸으며 낙엽밟는 소리를 즐겼다

원효 염초 백운 국망 의상 용출 용혈 증취 나한 나월 문수 향로

한 소식 주시라고 나직하게 부르며 두 손 모아 합장했다

40년 모은 책을 어디로 시집을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올 겨울 지나기 전에는 마무리 지어야겠다

일곱 째 시집 《환승》도 내긴내야 하는데

집에 돌아 와

반신욕으로 궁싯대며 답을 찾으려 땀을 뺏다

결국엔 독감에게 붙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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