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권총/정종배
ㅡ망우리공원 사색의 길을 걸으며
알 두 쪽 차고 서울에 올라 와
얽히고 설킨 가까운 사람을
내가 먼저
Forgive
용서하고
Forget
잊어버리는
쌍권총을 꿰차고
누볐다면
부끄러운 나날이 줄었을까
억수로 돈 벌어 양 주머니에
두둑하게 쩐을 넣고
신세진 분들을 폼나게
으리뻔쩍 단골집에 모시고
쌍권총을 휘둘러야 하는데
몇 군데 후원금과 연회비를
비밀통장 잔액이 0이라
딸내미가 인터넷뱅킹으로
세금 감면 마감일인
12월 31일
제야의 종소리 울리기 전
가까스로 송금했다
제 통장 채워달라 따라준
따뜻한 청주 한 잔 마시고
새해 첫날 이른 아침
쪼그라든 알 소리로
하현달을 앞세워 사색의 길을 걷는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