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정종배
새해 첫 날 해맞이
망우리공원
만해 한용운 유택 위
소나무 한 그루와 개나리를 배경으로
또랑시인 눈에 들어
폰카를 들이대고 찍어대
지인들께 날렸다
어디나며 칭찬이 쏟아졌다
벌써 5년째
올해도 찾아들어 예년과 같은 폼으로 찍으려는데
영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개나리는 전지가위 맛은 봐 깍뚜기형
소나무는 지난 12월 때 이른 떡눈의 무게를 버티다
최대한 몸을 낮춰
팔다리 부러지지 않아 다행이다
그대로 지탱하며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세월은 말없이 흐르는 저 한강 우통수 물
단 한번도 같은 물로 씻을 수 없듯
소나무와 개나리가
자연에 기대고 사람의 손길에 적응하여
나는 옛 것을 그대로 움켜쥐고
고집을 부리니
당연지사 뒷방신세 조롱거리
햇살은 단 한 번도 같은 빛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