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정종배
ㅡ망우리공원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살다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까마귀는 하늘을 날아야 합니다
멧돼지는 숲속을 달려야 합니다
멧돼지가 하늘을 날려하고 까마귀가 숲속를 내달리면
이 세상 우습지 않나요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깨달아
자신의 뜻대로 살아야 기쁘죠
당신은 누구요
한겨울 숲길은 정체성을 묻습니다
등나무 꼬투리가 터지며 외치는 소리는
찬바람에 버티는 등나무의 소명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그냥 사는 게
나입니다
날씨가 매우 춥다
어서 집에 들어 가
뜨거운 차 한 잔 마시고
정신 바짝 차리고
오늘 하루 잘 보냈다
나에게 고맙다고 다독인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