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세월

정종배 2019. 1. 1. 08:02

 

 

 

세월/정종배

 

 

새해 첫 날 해맞이

망우리공원

만해 한용운 유택 위

소나무 한 그루와 개나리를 배경으로

또랑시인 눈에 들어

폰카를 들이대고 찍어대

지인들께 날렸다

어디나며 칭찬이 쏟아졌다

벌써 5년째

올해도 찾아들어 예년과 같은 폼으로 찍으려는데

영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개나리는 전지가위 맛은 봐 깍뚜기형

소나무는 지난 12월 때 이른 떡눈의 무게를 버티다

최대한 몸을 낮춰

팔다리 부러지지 않아 다행이다

그대로 지탱하며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세월은 말없이 흐르는 저 한강 우통수 물

단 한번도 같은 물로 씻을 수 없듯

소나무와 개나리가

자연에 기대고 사람의 손길에 적응하여

나는 옛 것을 그대로 움켜쥐고

고집을 부리니

당연지사 뒷방신세 조롱거리

햇살은 단 한 번도 같은 빛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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