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정종배
저녁노을 물들기 시작할 때가 오면
이 때가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앞서 나선다
보낸다 떠나보낸다 오늘은 어디에서 보낼까
보내는게 미치게 화려해
오늘은 또 마음이 얼마나 따뜻할까
구름이 끼지 않을까 건물이 가리지 않을까
나무가 꼼짝 않고 서 있지 않을까
깎아지른 바위 벼랑 아닐까
조금 더 보내는 마지막 해넘이 시각을 늦추려
점점 높고 환히 트인 위험한 곳에 자리 잡고 찍어
맨 먼저 올리는 가족 단톡 사진 보고
식구들의 걱정이 아우성이다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짙어
기상청 외출자제 단체문자메시지가 떨어졌다
먼지가 노을빛을 가장 붉게 배어들어
스틱 하나 들고 문을 나선다
까마귀 떼도 덩달아 오르내린다
고압선 철탑도 그 전선도
그 고압선에 매달린
항공 위험 표식도 더불어
배경이 되어 주어
저녁노을 떠나 보낸 파티가 섭섭치 않고
가슴 속 미어지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