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사/정종배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외출자제 메시지에도
마스크 쓰지 않고 둘레길을 걸었다
작년 11월 간발의 차이로
동명스님 주재
49재 참석하지 못한
북한산성 중흥사
허수경 시인 영가를 빌고 싶어
저녁노을 등에 지고 발길을 재촉했다
산성 안 상가는 2006년 철거를 끝내며
2016년 새로운 새마을교 놓았고
수백년 삶의 애환
박물관 하나를 조그맣게 남겼다
지난 달 내려 쌓인 떡눈으로 줄기가 꺾어진 소나무
얼음장 깨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 날아오른 까마귀 떼
굽이마다 나타나는 가정집과 헷갈리는 절집들
산영루 앞 바위 모퉁이 선정비를 지나서
중흥사 대웅전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동명스님 인사하고 차담을 나눴다
허시인 위패는 두지 않고
매년 10월 3일 기일 추모재를 지낸다
박상륭 선생과 진이정 시인 추모재도 모신다
상현달 달빛과 얼음장 밑 물소리와
보이차 향기로 흥그러운
집으로 오는 길
스틱이 박석을 찍어대는 소리가
밤하늘과 온 산을 뒤흔드는
멧돼지 짝짓기 소리를
해방놓아 고소하고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