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정종배
ㅡ사순 제4주일
오후 4시 땡 퇴근길
신이문역 담벼락을 지키는
모과 나무 우듬지에
지난 해 가을빛이 썩어가고
향기는 바랜지 오래다
물까치 떼 모과 열매
거들떠 보지 않고
사랑 노래 부르며
새봄 맞은 가지를 쪼아대
꽃눈 잎눈 틔운다
일반고 전성시대 아주 드문
특별한 수험생 아니면
대입 수시 전형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어
내신 공부 목숨 걸고 달려드는
고3 창체 독서시간
올해도 자습이다
자괴감으로 맘먹은 명퇴는
할 일 없이 뭐할려고
그만 두느냐는 식구들과
앞 서 나간 선배님과 동기들도
여하튼 끝까지 버티라며
극구 말려 어리버리 머뭇대다
지금까지 자발적 왕따로
낯 두껍게 대롱댄다
때를 알고 물러난다
복받은 분들만 할 수 있는
부러운 일이다
떨어질 때 떨어져야 제 값인데
계절이 바뀐지 언제인데
내 사는 꼬라지가 이렇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