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모과

정종배 2019. 3. 25. 17:24

 

모과/정종배

ㅡ사순 제4주일

 

 

오후 4시 땡 퇴근길

신이문역 담벼락을 지키는

모과 나무 우듬지에

지난 해 가을빛이 썩어가고

향기는 바랜지 오래다

물까치 떼 모과 열매

거들떠 보지 않고

사랑 노래 부르며

새봄 맞은 가지를 쪼아대

꽃눈 잎눈 틔운다

일반고 전성시대 아주 드문

특별한 수험생 아니면

대입 수시 전형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어

내신 공부 목숨 걸고 달려드는

고3 창체 독서시간

올해도 자습이다

자괴감으로 맘먹은 명퇴는

할 일 없이 뭐할려고

그만 두느냐는 식구들과

앞 서 나간 선배님과 동기들도

여하튼 끝까지 버티라며

극구 말려 어리버리 머뭇대다

지금까지 자발적 왕따로

낯 두껍게 대롱댄다

때를 알고 물러난다

복받은 분들만 할 수 있는

부러운 일이다

떨어질 때 떨어져야 제 값인데

계절이 바뀐지 언제인데

내 사는 꼬라지가 이렇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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