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흰제비꽃

정종배 2019. 4. 21. 19:00

 

 

 

흰제비꽃/정종배

 

 

보라빛 제비꽃이 곳곳에

제 집 당호 내달아

이름을 불러 달라 다투듯

남발한 초대장이 눈에 밟혀

부활절 미사 드리고

늦은 오후 마실길을 걸었다

솔 숲 노을 비집고 들어와

붉은 줄기 배어든다

멋들어진 줄기를 안아주려

풀꽃들 밟을까

발밑을 살폈다

흰 제비꽃 두 송이 앙증맞다

산길을 즐겁게 내려오며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흰제비꽃 핀 장소를

속에 꾹꾹 눌러 두어

뿌리째 뽑아 가지 못하게

제비꽃을 보호해야 한다

마음 굳게 먹고 돌아온

아파트 경비실 뒤

소나무 한 그루 감고 오른

담쟁이 넝쿨을 떼주려 들어서니

흰제비꽃 꽃밭이다

어디서 살고 있다

글을 써 발표한다

쓰살데기 없는 일이다

파랑새는 집 안에 있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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