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제비꽃/정종배
보라빛 제비꽃이 곳곳에
제 집 당호 내달아
이름을 불러 달라 다투듯
남발한 초대장이 눈에 밟혀
부활절 미사 드리고
늦은 오후 마실길을 걸었다
솔 숲 노을 비집고 들어와
붉은 줄기 배어든다
멋들어진 줄기를 안아주려
풀꽃들 밟을까
발밑을 살폈다
흰 제비꽃 두 송이 앙증맞다
산길을 즐겁게 내려오며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흰제비꽃 핀 장소를
속에 꾹꾹 눌러 두어
뿌리째 뽑아 가지 못하게
제비꽃을 보호해야 한다
마음 굳게 먹고 돌아온
아파트 경비실 뒤
소나무 한 그루 감고 오른
담쟁이 넝쿨을 떼주려 들어서니
흰제비꽃 꽃밭이다
어디서 살고 있다
글을 써 발표한다
쓰살데기 없는 일이다
파랑새는 집 안에 있었다
달항아리 내 사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