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야생생물보호구역

정종배 2019. 5. 10. 20:51

 

 

 

야생생물보호구역/정종배

 

 

갈수록 잔인한 생물은

허리 꼿꼿 세워 걷는 인간이다

야생생물보호구역 정해놓고

북방산개구리 울음소리 시끄럽다

한 마리 남김없이 싹 쓸어 버렸다

버드나무 사랑의 꽃가루가

풀숲을 하얗게 뒤덮어 슬픔을 잠재운다

오월 가정의 달

소쩍새가 숲 속에서 진혼곡을 연주한다

원앙새 한 쌍이 물웅덩이

하루살이 유충을 사냥하며 사랑한다

느티나무 몸통에 링거를 꽂고는

산림 보호 실천한다

곤충호텔 지어놓은 전시행정

우주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은

지구라는 별의 기생충이고

이나 벼룩인

두 발로 걷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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