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보호구역/정종배
갈수록 잔인한 생물은
허리 꼿꼿 세워 걷는 인간이다
야생생물보호구역 정해놓고
북방산개구리 울음소리 시끄럽다
한 마리 남김없이 싹 쓸어 버렸다
버드나무 사랑의 꽃가루가
풀숲을 하얗게 뒤덮어 슬픔을 잠재운다
오월 가정의 달
소쩍새가 숲 속에서 진혼곡을 연주한다
원앙새 한 쌍이 물웅덩이
하루살이 유충을 사냥하며 사랑한다
느티나무 몸통에 링거를 꽂고는
산림 보호 실천한다
곤충호텔 지어놓은 전시행정
우주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은
지구라는 별의 기생충이고
이나 벼룩인
두 발로 걷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