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괭이밥꽃

정종배 2019. 5. 13. 23:40

 

괭이밥꽃/정종배

 

 

사랑하지 않으면 사람은 온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성과급 실시 후 이어온

작년 고3 담임 맡았어도

꽁지 등급을 벗어나지 못한대다

스승의 날 교육부장관상 탈락한 메시지에

되새길수록 부끄러운 36년 평교사

시큰하고 씁쓸한 퇴근길

길섶의 보도불럭 사이에

괭이밥이 꽃을 피워

두 눈을 사로잡았다

처마밑에 걸어둔 대바구리

쉬어빠진 보리밥을

엿기름과 누룩과 조물거려

부뚜막에 하루이틀 두었다

익은 소리 들리면

한여름 가마솥 붙어앉아

눌어붙지 않기 위해

주걱으로 쉬지 않고 휘저어

새콤달콤 단술을 빚어내

고픈 배를 달래주신

엄마의 사랑이 떠올라

시큼만 군침이 고였다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

싱그러운 아이들을 믿으며

사랑과 관심을 받아들여

미움과 원망이 사라지고

고마운 마음이 꽃피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은 믿지 못해도

보리단술 사랑을 믿고서

남은 길을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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