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내 마음은 호수요

정종배 2020. 3. 10. 06:02

내 마음은 호수요/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라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라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