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일요일 늦은 저녁
문상 가며
길을 잘못 들어
육교 옆에 서성거렸다
가로등을 대신하여
철부지 장미꽃 한송이가
가을낮 단풍잎 향기를 바짝 죄며
잘 익은 햇살을 겹겹이 퍼담아
어둠을 밝히어
대학병원 장례식장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사이
꽃은 피고 지듯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건 휴일이 없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