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호부터 우리지역 깊은 역사 란에 망우리공원에 대해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많은 지도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25. 우리 지역 깊은 역사 / 망우리공원 - 정종배
망우리공원
정종배(시인, 교사)
서울에서 가장 먼저 해돋이를 반겨 맞을 수 있는 곳이 망우리공원 아차산이다. 수도 서울의 외사산인 아차산, 관악산, 덕양산, 삼각산 중 아차산은 동쪽을 병풍처럼 둘러쳤다. 아차산은 삼국시대부터 주요한 요새였다. 아차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한강이 서해로 흐른다. 한강 건너편 현 강동구와 송파구는 위례백제 한성 지역이었다. 고구려군은 이곳 아차산까지 내려와 진을 치고 백제와 전투를 벌였다. 그런 까닭에 아차산은 전체가 성터였다. 온달장군이 전사하였다는 전설도 전해오는 유적지다. 지금도 아차산성 보루와 토성이 남아 있다. 현재 아차산은 용마산, 망우산, 봉화산으로 각각 나눠 불리고 있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본동 산 57번지 망우리공원. 1991년 서울시설공단 망우리묘지라 하였다. 1998년 공원화 작업 이후로는 망우공원으로 불리다 망우묘지공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2016년 서울시 중랑구에서 망우리공동묘지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 위해 망우역사문화공원이라 명칭변경을 시도하였으나, 실패하고 망우리공원으로 부르고 있다.
망우리공원의 망우(忘憂)의 연원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
첫째, 태조 이성계가 신후지지를 지금의 구리시 건원릉으로 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과 경기의 경계가 되는 고개를 넘었다. 고갯마루에 앉아 쉬면서 이제야 근심을 잊겠다(忘憂)고 하며 그 지역 이름을 망우로 하였다고 한다. 이에 관련되어 태조가 물맛이 좋아 몇 번이나 마셨다하여 양원수(養源水 혹은 良源水)라 하였다. 지금의 중앙선 양원역의 역명도 이에 유래한다.
둘째, 태조 이성계가 불망기(不忘記)를 써주었다는 유래이다. 태조는 원래 개국공신 남재(南在)가 장지로 잡아 놓은 터가 명당이라 생각했다. 남재에게 원래 예정지(현 별내 신도시)와 자리를 바꿀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남재는 왕릉예정지였던 곳에 자신이 묻히게 되면 불경죄가 될 것을 염려했다. 그러자 태조는 불망기를 써주며 이것으로 증빙을 삼으라고 하였다. 그래서 불망기로써 근심을 잊으라는 뜻에서 ‘망우(忘憂)’가 되었다는 설이다.
현재 회자되는 이 망우의 연원 외로, ‘망우’는 논어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논어의 술이편 제18장에 ”배움을 좋아하여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나면 밥 먹는 것도 잊고, (깨달음을 얻어) 즐거이 근심을 잊으며 늙음이 닥쳐오는 것도 알지 못한다(發憤忘食 樂以忘憂 不知老之將至云爾-발분망식, 낙이망우, 부지노지장지운이)" 는 것이다.
낙이망우(樂而忘憂)의 지역이라, 조선조 사가정 서거정 선생이 사가정(四佳亭-매화, 대나무, 연꽃, 해당화) 별서를 짓고 말년을 보냈다. 현재 7호선 사가정역 역명도 이에 유래한다. 또한 오성과 한음의 오성 백사 이항복 대감도 동강정사(東岡精舍)라는 별서를 짓고 동강노인이라며 유유자적한 곳이다. 지금도 신선이 된 두 분이 종종 아차산과 중랑천 강둑을 따라 걷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만큼 유서 깊고 경승이 빼어난 곳이다.
이렇듯, 망우리는 지명 그 자체가 이미 역사적, 철학적, 설화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경성부가 이곳에 분묘 단지를 조성하려는 했던 이유는 늘어나는 주택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조선 왕조 건원릉의 맥을 끊고 훼손하기 위하여 아차산 망우리에 공동묘지를 정하였다. 경성부는 경기도로부터 아차산 일대 75만 평(약 2,479,338㎡)을 매입하고, 1933년부터 이 중 63만 평에 묘지를 조성하게 된다.
1973년 3월 자료를 보면 당시 약 65만여 평에 47,754기가 자리를 차지해 가용 공간이 부족한 상태였다. 실제는 5만 여기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등록하지 않고 몰래 쓴 묘도 많았다. 망우리공동묘지는 1973년 3월 25일부로 더 이상 묘를 쓰지 못하게 됐다. 1933년 망우리공동묘지에 묘를 쓰기 시작한 지 40년 만에 일이다. 현재는 약 7500여기 정도 남았다. 2014년 10월 윤달에도 500여기 정도, 2017년 5월 윤달에도 400여기가 이장을 할 정도로 장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망우리공원이 변화를 맞게 됐다. 1990년대 중반 조성된 지 60년 만에 무연고 묘를 정리하면서 부터다. 1990년대 후반에는 4.7Km의 순환로를 ‘사색의 길’로 정비했다. 중랑구에서 민족을 위해 헌신한 15분들의 연보비를 세우면서 망우리공원에 대한 역사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2006년 4월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위원들과 함께 망우리공원을 답사했다. 독립운동, 역사, 정치, 의학, 교육, 문화, 사회사업, 문학, 미술, 체육 음악, 연극, 영화, 일본인 등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이 잠어 있는 망우리공원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거쳐 '문화재' 등록을 본격 추진하겠다."라는 것이 당시 문화재청의 입장이었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세 번이나 방문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문제를 관계 전문가들과 연구하며 이곳에 묻힌 필부필부 및 우리나라 근현대사 인물들의 활동을 탐구하고, 시민들이 망우리공원을 찾아 삶의 의미를 깨닫는 장소로 제공하려는 길을 찾고 있다.
2016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망우리공원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인문학길 조성에 10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공사를 마쳤다. 2017년에는 망우역사문화관을 건립하기에 위해 78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청소년 및 시민 교육 장소로 할용 하려 노력하고 있다.
망우리공원에 묻힌 근현대사 최초 최고 인물로, 독립운동가 오세창 문일평 유상규 박희도, 종두법 지석영, 시인 한용운 김상용 박인환, 소설가 최학송 계용묵 김말봉, 아동문학 방정환 강소천, 희곡 함세덕, 미술 이인성 이중섭 권진규, 정치인 조봉암,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 이장하신 분: 안창호 박찬익 송진우 안석주 김영랑 채동선 나운규 송석하 임방울 - 등을 통해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전후 질곡의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의 근현대 역사를 되새겨보겠다. 오늘 우리 시대를 성찰하고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면 한다. 동학혁명, 의병활동, 경술국치, 3.1운동, 관동대지진, 일제강점기 및 친일문제, 8.15광복, 해방정국과 이념대립, 남북분단, 6.25전쟁, 산업화와 독재정권 등 대한민국 기틀과 아픔을 망우리공원 관련 인물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시대정신을 밝히겠다.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탐구하고 기록 정리하여 후대의 지침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분 한 분 깊고 높이 우러르며 글을 쓰고, 독자와 탐구 및 답사도 함께 하였으면 한다.
고2 당시 망우리공동묘지를 두 번 다녀왔다. 그 기억 속에 지금도 뚜렷하게 남은 만해 한용운과 죽산 조봉암 유택에 학생들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두 분 외에도 장삼이사 및 30여 분들의 민족을 위한 활동과 정신을 이야기할 수 있고, 학생들과 체험과 봉사활동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중학교 입학 전 친구 집에서 빌린 책은 신동엽의 시집 『금강』과 서해 최학송의 소설집 『탈출기』 두 권이었다. 40여년 후 2010년 소설가 서해 최학송의 묘지 관리인 등록과 최학송기념 사업회 사무총장으로서 소중한 인연과 책임을 제자들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어 가련다. 아사카와 노리타카 다쿠미 형제 추모회 이사와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의 “인간의 가치 실현”으로 시작된 청리은하숙 세계시민학교 숙장대행으로 삶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아들과 함께 ‘사색의 길’을 한 바퀴 돌며 선인들과 대화를 나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지침을, 차근차근 풀어 나아가겠다.
어제 오후 태릉중 선생님과 마을여행으로 올겨울 최강 한파에도 빙판길인 사색의 길을 엉금엄금 한 바퀴 돌았다. 오늘 아침 출근길 메모를 정리하였다.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삶은 길이다 / 무겁고 미끄러운 길이다 // 춥거나 병들고 / 생계가 막막한 길은 / 누구나 노력하면 /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 황폐하고 시달리며 / 우울한 마음의 길은 / 다 달라 / 각자가 평생을 / 벗 삼아 / 손잡아 주어야 한다 //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 부드러운 말과 / 미더운 행동은 / 길의 무게를 덜어내고 / 발걸음 소리가 가볍다 /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 길의 거리는 다르다 / 재산을 재벌의 수준으로 놓거나 / 건강을 백세 너머 무병장수를 찾는다면 / 발길은 팍팍하고 / 미끄러져 넘어질 수밖에 없다 / 우리 마음과 / 삶의 결핍은 / 꿈의 세계에 올려놓고 보면 /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 // 걸음을 잠시 멈춰 / 평범한 일상에도 감사하라 / 연약하게 태어나 /비천하게 살다가 / 처참하게 죽지 않으려면 / 그 어떤 삶도 /사랑도 /비교하지 말라 // 달항아리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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