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망우리공원 새해 첫 날

정종배 2018. 1. 3. 09:24

 

 

 

 

 

올해로 4년째 망우리공원 만해 한용운 유택 위

능선 소나무 한 그루와 새해 해돋이를 맞았다

 

첫째와 두 번째 해는 날씨와 사람과 소나무와

소품격인 개나리 줄기까지

모두 제 역할을 잘 맡아

모든 것이 좋았다

 

작년에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올해는 날씨는 가장 좋았다 사람도 많이 않았다

사진은 한 장도 건지지 못했다

 

소나무 아래에다 술꾼들이 비닐로 임시 천막을 쳤다

햇빛이 반사 돼 해가 퍼져 잡히지 않았다

매년 사진 찍던 자리에는

중년 남녀 산악회 임원들이 진을 쳤다

소나무를 중간에 두고 경쟁이나 한 듯 맘껏 떠들고 마시고 찍고 야단법석이었다

해돋이보다 일탈을 더 즐기고 있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로얄살루트 21년산 위스키 술잔을 돌리며 내게 세 잔이나 돌아왔다

자리를 내줄 생각은 전혀 없고 나도 그렇게 애써 찍을 댈 마음이 없었다 술에 약한 걸 생각지도 않고 덥석 받아 마셔 몸 움직이가 쉽지 않았다 옷은 몇 겹이나 껴 입어 최강 한파를 이겨내려니 힘들었다

소품격인 개나리 줄기가 이삼년 사이 훌쩍 키가 커 예전 모습이 나지 않았다

 

작년까지 이문동 집에서 해돋이 장소까지 오는데 어렵지 않았다 은평뉴타운 집에서 집사람 운전으로 구파발역에서 전동차에 올랐다 종로3가역 을지로3가역 옥수역 환승역을 핸드폰 지하철 안내를 확인하다 종로3가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했다 습관이란 쉽게 고치기 어렵다 출근길이 이제는 제일 친숙하게 정들었기 때문이라 여겼다

시간을 재다 회기역에 내려 환승 열차 시각을 계산했다

동쪽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탓다 올가을부터 망우리공원까지 택시를 이용해 급한 약속을 지켰다

 

올해는 해돋이와 악속을 했다 망우리공원 이야기를

작은책에 연재하는데 술술 잘 풀어낼 수 있게 노력하며

울림 있는 글을 다짐했다

 

해돋이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해 성묘를 겹해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한용운 조봉암 함세덕 박희도 김이석 문일평 오세창 최신복 방정환 이영준 박승범 오긍선 아사카와 다쿠미 유상규 안창호 김봉석 이인성 지석영 권진규 삼학사 김상용 이태원합장비 유관순 박인환 이중섭 최학송 계용묵 이영민 차중락

 

싸묵싸묵 걸으며 묘비 앞면보다 뒷면 내용을 오래 읽어내며 내 삶을 성찰하였다

 

점심도 한참 지나 우림시장 우림순대국 특 한 그릇을 뜨겁게 비웠다

 

그 동안 제자들의 카톡이 몇 번 울렸다

망우리공원 답사가 벌써 10년 넘었다며 세월을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