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망우인문학

망우리공원 숫눈길

정종배 2018. 1. 1. 22:25

 

 

 

 

 

 

 

 

 

 

 

 

 

 

 

 

 

 

숫눈길


                    정종배


무술년 새해 첫 해돋이

누구보다 먼저 햇살이

가슴을 젖히고

직선으로 내닫으면

꽁꽁 언 그믐밤을

날밤 샌

산짐승 발자국 소리가

햇살을 반겨맞고

그 다음은 새소리가

사랑을 찾아 울고

낙이망우 사색의 길

배움에 즐거워

걱정없는

또랑시인

늦은 햇살 좇아서

이념과 예술의 얽힌 매듭을

아직도 쉽게 풀지 못하고

발길 뜸한 분들의

외롭고 한적한

유택을

첫 햇살 길 안내로

조심조심

숫눈길로 걸어 들어가

묘비 앞면보다

뒷면 글에

더 오래 머물며

한 분 한 분

참배하였다

 

함세덕 박희도 삼학사

최백근 이중섭 권진규

최서해 조봉암 최신복

이태원이장비의 유관순

 

토종 붉은 소나무

한 그루씩은 유택을 지그시 돌보는듯

한껏 자랑스럽게 서 있고

억울하고 억눌려 답답한

한생을 위로하듯

나무와 나무 줄기와 줄기

가지와 가지가

한 몸이 되는 연리지가

유난스레 눈에 띄고

잔설 녹는 소리에

때 아닌 개나리 꽃이 피어

철부지라 혀를 차며 비웃지만

분명 봄은 멀리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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