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눈길
정종배
무술년 새해 첫 해돋이
누구보다 먼저 햇살이
가슴을 젖히고
직선으로 내닫으면
꽁꽁 언 그믐밤을
날밤 샌
산짐승 발자국 소리가
햇살을 반겨맞고
그 다음은 새소리가
사랑을 찾아 울고
낙이망우 사색의 길
배움에 즐거워
걱정없는
또랑시인
늦은 햇살 좇아서
이념과 예술의 얽힌 매듭을
아직도 쉽게 풀지 못하고
발길 뜸한 분들의
외롭고 한적한
유택을
첫 햇살 길 안내로
조심조심
숫눈길로 걸어 들어가
묘비 앞면보다
뒷면 글에
더 오래 머물며
한 분 한 분
참배하였다
함세덕 박희도 삼학사
최백근 이중섭 권진규
최서해 조봉암 최신복
이태원이장비의 유관순
토종 붉은 소나무
한 그루씩은 유택을 지그시 돌보는듯
한껏 자랑스럽게 서 있고
억울하고 억눌려 답답한
한생을 위로하듯
나무와 나무 줄기와 줄기
가지와 가지가
한 몸이 되는 연리지가
유난스레 눈에 띄고
잔설 녹는 소리에
때 아닌 개나리 꽃이 피어
철부지라 혀를 차며 비웃지만
분명 봄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망우리공원(인문학) > 망우인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해 한용운 님을 찾아서 (0) | 2018.01.03 |
---|---|
망우리공원 새해 첫 날 (0) | 2018.01.03 |
작은책 망우리 공원 (0) | 2017.12.13 |
망우리공원 사색의 길 (0) | 2017.12.13 |
내셔널트러스트 김국장 (0) | 2017.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