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
정종배
황금 개띠 해
새해 초사흗날
늦은 오후
북한산
고양시 효자동 효자원
둘레길
굿당에서 굿하는 북소리가 뚝 멈췄다
유기견이 언제 나타났는지
돼지머리 덥석 물고
원효봉 시구문 쪽으로
냅다뛴다
까치와 까마귀도 덩달아 뒤를 쫓아 울어대며 낮게 날았다
무당이 뒤이어 죽어라 쫓아간다
잔설 밑 빙판길이다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
욕 한 바가지 대신
그래 잘 먹여라
이 개새끼야
바짝 마른 어미개가
이제는 안심되는
거리를 가늠했는지
돼지머리를 나무 숲 잔설 위에 내려놓고
입을 벌렸다 오무렸다
몇 번이나 반복하며 새끼들 젖을 주려니
훔칠 수밖에 없었으나
아구가 아파 불편했다고 호소했다
까마귀와 까치가 떼 지어 몰려 들었다
가족을 먹여살리는 게
쉽지 않다걸 보았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려
상하 좌우 돌리고 돌리며
턱뼈를 맞춰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