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이야기

돼지머리

정종배 2018. 1. 7. 21:51

 

돼지머리

                  정종배

 

황금 개띠 해

새해 초사흗날

늦은 오후

북한산

고양시 효자동 효자원

둘레길

굿당에서 굿하는 북소리가 뚝 멈췄다

 

유기견이 언제 나타났는지

돼지머리 덥석 물고

원효봉 시구문 쪽으로

냅다뛴다

까치와 까마귀도 덩달아 뒤를 쫓아 울어대며 낮게 날았다

무당이 뒤이어 죽어라 쫓아간다

잔설 밑 빙판길이다

어쩔 도리가 없었는지

욕 한 바가지 대신

그래 잘 먹여라

이 개새끼야

 

바짝 마른 어미개가

이제는 안심되는

거리를 가늠했는지

돼지머리를 나무 숲 잔설 위에 내려놓고

입을 벌렸다 오무렸다

몇 번이나 반복하며 새끼들 젖을 주려니

훔칠 수밖에 없었으나

아구가 아파 불편했다고 호소했다

까마귀와 까치가 떼 지어 몰려 들었다

가족을 먹여살리는 게

쉽지 않다걸 보았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려

상하 좌우 돌리고 돌리며

턱뼈를 맞춰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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