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서해/심훈
온 종일 줄줄이 내리는 비는
그대가 못다 흘리고 간 눈물 같구려
인왕산 등성이에 날만 들면 이 비도 개련만.........
어린 것들은 어른의 무릎으로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울 아버지 죽었다고 자랑삼아 재절대네
모질구려 조것들을 남기고 눈이 감아집니까?
손수 내 어린 것의 약을 지어준다던 그대여
어린 것은 나아서 요람 위에 벙글벙글 웃는데
꼭 한 번 와 보마더니 언제나 언제나 와주시려오?
그 유모러스한 웃음은 어디 가서 웃으며
그 사기 없는 표정은 어느 얼굴에서 찾더란 말이요?
사람을 반기는 그대의 손은 유난히도 더웠읍넨다
입술을 깨물고 유언 한 마디 아니한 그대의 심사를
뉘라서 모르리까 어는 가슴엔들 새겨지지 않았으리까
설마 그대의 노모약처를 길바닥에 나 앉게야 하오리까
사랑하던 벗이 한 걸음 앞서거니 든든은 하오마는
30 평생을 숨도 크게 못쉬도록 청춘을 말려 죽인
살뜰한 이놈의 현실에 치가 떨릴 뿐이외다
동아일보, 193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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