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

서해 최학송 추도시 심훈

정종배 2021. 7. 10. 06:37

 

곡 서해/심훈

 

 

온 종일 줄줄이 내리는 비는

그대가 못다 흘리고 간 눈물 같구려

인왕산 등성이에 날만 들면 이 비도 개련만.........

 

어린 것들은 어른의 무릎으로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울 아버지 죽었다고 자랑삼아 재절대네

모질구려 조것들을 남기고 눈이 감아집니까?

 

손수 내 어린 것의 약을 지어준다던 그대여

어린 것은 나아서 요람 위에 벙글벙글 웃는데

꼭 한 번 와 보마더니 언제나 언제나 와주시려오?

 

그 유모러스한 웃음은 어디 가서 웃으며

그 사기 없는 표정은 어느 얼굴에서 찾더란 말이요?

사람을 반기는 그대의 손은 유난히도 더웠읍넨다

 

입술을 깨물고 유언 한 마디 아니한 그대의 심사를

뉘라서 모르리까 어는 가슴엔들 새겨지지 않았으리까

설마 그대의 노모약처를 길바닥에 나 앉게야 하오리까

 

사랑하던 벗이 한 걸음 앞서거니 든든은 하오마는

30 평생을 숨도 크게 못쉬도록 청춘을 말려 죽인

살뜰한 이놈의 현실에 치가 떨릴 뿐이외다

 

동아일보, 1932.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