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방음벽

정종배 2018. 2. 13. 02:31

 

최강 추위 이어지는

입춘 절기

오후 4시 30분

겨울 볕이

방음벽에 내려 앉는다

 

능소화 마른 줄기

움추린 새움에

안부를 묻는 듯

참새 떼가

잔 가지를 오르내리며

얼지말고 깨어있으라

부지런히 추위를 쪼아대고

봄볕에 내걸을

나뭇잎으로

한참을

머물고 머물다

조금만 더 견디시라

이 겨울도 가고

봄이 온다

꼬리로 열심히 속삭인다

 

오늘 하루

누구의 방음벽으로

오는 봄 피어날

꽃눈 잎눈

배경이 되었는가

봄은 절로 오지 않고

참새들이

꽁꽁 언 사랑을

맨발로 쪼아대

얼음 뚫고

봄의 전령

복수초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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