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문학통사 현대문학 분야 문인 및 맥잇기 / 작성자 이명재
2021년 12월 30일 현재
함평문학의 어제-오늘-내일, 맥 찾기
알려진 바처럼 함평군은 조선 태종 때(1409년) 조정에서 이전의 함풍현과 모평현을 병합하여 함평이란 고을 명칭이 생긴 이래 올해로 612개의 나이테를 헤아린다. 따라서 실로 6세기가 넘는 기간에 형성된 문단과 문인을 총괄 정리하여 이번에 처음 책자로 간행하는 『함평문학통사』는 기념비적이다. 물론 이런 시간에 따른 명칭의 바뀜에 상관없이 한반도 서남부의 해안지방을 아울러서 노령산맥 자락에 영산기맥으로 질펀하게 자리 잡은 ‘함평천지’ 공간은 엄존한 채 주민들과 함께 꾸준히 맥을 이어 성장·발전해 왔다. 그 중심에 군민들의 문화와 마음을 추슬러 온 건 선비 문인들에 의한 문학의 힘이었다.
먼저 우리 고장의 고전문학을 넓게 살펴보면, 조선 중엽 함평군(당시는 무안군) 엄다면 제동에 숙종 4년(1678), 조정으로부터 사액도 받은 ‘자산서원’에서 후학을 양성한 곤재(困齋 정계청)가 꼽힌다. 하지만 한문수필이나 시조 등이 실렸을 『隨手記』 9권이 당파싸움의 소용돌이에서 유실되고 말았다. 이후 곤재의 제자들이 적은 여러 귀한 문집들이 있지만 두드러진 경우는 드문 것 같다. 향교리 출신으로서 의병장이던 이덕일의 문집중에 국한문 혼용인 「우국가」 등은 근년들어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정유재란 당시 피난 도중에 가족의 순절로 인한 참극을 당하고 일본에 끌려가 3년 동안 치른 수난을 한문 일기체로 기록한 월야면의 정경득 정희득 형제가 쓴 『만사록』과 『해상록』은 수필적인 기록문학으로 잘 읽힌다. 정호인의 『정유재란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학교면 출신 정경식의 『애귤재유고』도 함평지역 곳곳을 다니며 한시를 남겨 우리 고장의 문화 민속 등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자료이다.
그래도 이웃 고을인 담양 송순의 시조와 정철의 가사문학, 나주의 임제 시조, 해남의 윤선도 시조, 장흥의 백광홍 가사문학 등과는 비중이 다르다. 또한 정읍의 <정읍사>를 필두로 고창의 신재효에 의한 판소리문학, 부안의 이매창 시조, 태인의 정극인 가사와 시문학에도 마찬가지이다. 조선 말엽인 대원군 득세 시절에 국창이던 엄다 출신 정창업이나 판소리 단가로 유명한 <호남가> 등으로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광복 이후 한학으로 여러 문집을 해독하며 고전국역과 서도강좌를 맡아온 나산 출신 우전(雨田) 신호열이나 고전 작품을 한글 서예로 풀어 쓴 엄다 출신 평보(平步) 서희환이 더 많이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현대문학의 경우는 고전문학에 견주어 함평문단의 위상이 상이하게 드러난다. 개화기를 거치고 신문학에 이르는 기간에도 함평 출신 문인은 여느 호남 출신 문사처럼 당시 서울과 평양 출신 중고생 중심 동인지 위주의 중앙문단에서 소외되었다. 그 대신에 동경 유학파인 목포의 김우진은 손수 문예지 《Socie Mai》를 펴내면서 서구적 신문학 소개와 신극 운동을 겸한 창작에, 김진섭은 근대적 수필문학 정립에 앞장섰다. 박화성 또한 《朝鮮文壇》을 통해서 한국 여성 최초의 소설가로 등단하였다. 전주의 이병기는 중앙에서 시조문학을, 광주 송정리의 박용철은 밀도 짙은 문예지 《詩文學》과 《文藝月刊》 등으로 이념을 탈피한 1930년대의 순수문학운동을 강진의 김영랑과 함께 전국적으로 펴나갔다. 영광의 조운 또한 시조를 쓰면서 동인지 《자유예원》 등으로 향토의 신문학을 진흥시켰다. 함평 출신인 최금동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동아일보》에서 행한 제1회 시나리오 현상모집에 당선되어 존재를 알렸을 뿐이다. 이런 각 지역의 광복 이전 문단 업적을 보면 함평의 신문학 실적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대문학 분야는 특히 광복 이후에 들어서 상대적으로 몇 가지 긍정적인 특성을 드러낸다. 현대시 경우, 한반도를 통틀어서 두드러지게 반체제적인 저항시인을 여럿 배출한 곳은 함평 고을이 으뜸이다. 해방 후의 혼란 정국에 반제구호를 외치며 시집 『새벽길』(1948) 등을 내고 투옥 중 출옥해서 월북한 후에 북한 시문단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던 중에 폭격으로 산화한 함평읍 출신 최석두(1917~1951)를 비롯해서 괄목할 차세대 문단의 기수로 이어진다. 1970년대에 시집 『겨울공화국』 (1977)) 등으로 반유신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학교면 출신 양성우에 이어서 시집 『노동의 새벽』 (1984) 등으로 반체제적인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함평읍 출신 박노해의 서정성 짙은 저항성이 빛난다. 이들 함평 출신 시인 삼총사는 실제 한반도의 분단 모순과 반독재 민주화운동 상황에서 작품으로 항쟁하고 실천하다 투옥을 겪은 면에서 단연 주목된다. 그 뒤를 이은 5.18 세대로서 서울의 민족작가회의 실무를 관장해온 이승철, 김형수 시인 이후 대전의 김희정 시인 및 그들보다 먼저 치열한 노동자 시인으로 숨진 조영관 등이 그 뿌리를 지켜온다.
그리고 함평 출신으로서 전국 규모의 유수한 문예지를 발간해온 네 시인(김철수, 강경호, 임만호, 문혜관) 경우는 우리 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게 주목된다. 이 향우 문인들은 1958년에 모처럼 군내의 몇 국어 교사 중심으로 함평내의 문예동인지 《文林》을 창간했으나 1990년에 겨우 2호를 내고는 폐간한 선배 세대와는 대조된다. 또한 1988년 한국문인협회 지부로 설립된 이래 해마다 펴내는 《함평문학》과 차별화됨은 물론이다. 위에 든 4시인은 실로 오래도록 묵혀온 함평문화의 터전에 새 문학의 나무를 심고 가꿔서 전국으로 파종하거나 보급해온 주역들인 것이다. 그리고 함평과 광주를 거쳐서 서울로 발전시켜 나간 그래프를 형성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 문학의 무풍지대 같던 함평천지에 새롭게 ‘샛별문학회’라는 문학동아리를 열고 문학동인지 《샛별문학》을 활성화한 김철수 아동문학가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것을 모태로 1988년부터 30여 년 동안 함평에 본부를 둔 전국 규모의 월간 《아동문학》과 자매지인 계간 《크리스찬문학》이 간행되었다. 그와 동시에 문단 신인을 배출하여 우리 현대문학에 이바지한 역할이 적지 않다.
또한 우리 고장 손불면 출신인 강경호 시인이 광주에서 1995년에 전국 규모의 계간 시 전문지인 《시와사람》을 발간하여 산뜻한 기획으로 한국 문단 발전에 기여해온 공적 역시 높이 평가된다. 근년에는 시 분야뿐만 아니라 시 평론, 동시, 동화로까지 신인상의 영역을 넓혀 새 인재를 발굴, 육성해오고 있다. 《시와사람》은 창간한 이래 2021년 여름호로 한 세대 나이테를 훨씬 넘긴 36년 동안 지령 100호를 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신광면 출신 임만호 시인은 서울에서 IMF 상황하의 1997년 초부터 종합문예지 《창조문예》을 창간한 이래 결호나 합병호 없이 꾸준히 간행해오고 있다. 크리스찬서적 주식회사로서 출판업을 하던 임 시인이 기독교 중심의 문예지를 표방해 오다가 근년부터는 일반 필자와 독자의 외연을 확장하는 종합문예지이다. 거의 모든 장르에 걸쳐서 많은 문단인을 육성해 왔다. 지금까지 창조문예작가회 회원 326명을 배출시킨 본사는 2022년 1월로 창간 25주년에 300호의 기념식을 갖는다.
이밖에 학교면 출신인 문혜관 스님이 발행하는 계간종합문예지 《불교문예》도 수도권에서 사반세기 넘도록 간행되고 있어 기대된다. 1995년에 창간된 이래 26년에 이 른 이 문예지는 작년 여름에 임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경기도 파주에다 통일문학관도 개관하였다. IMF의 고비를 이겨내며 통권 95호를 펴내는 동안 시, 시조, 소설, 수필, 평론, 아동문학에 걸쳐서 현재까지 110명의 문인들도 배출하였다. 문학상도 시상하는 이곳은 작가들의 수련을 겸한 좋은 문학 산실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된 수도권(강원, 대전, 충청 포함)의 함평 출신 문학자들
강덕순 김기현 김낙현 김만선 김신철 김영월 김용현 김우창 김종화 김형수 김홍주 김희정 나경주 나광채 노춘귀 문혜관 박경태 박노해 박정온 서양숙 송 영 안혜성 양성우 오승재 오영재 오호현 윤구병 윤석성 윤석원 이명재 이명행 이상권 이승철 이시헌 이해동 임만호 임현택 전덕용 정갑수 정경희 정송학 정승희 정우진 정유정 정종배 정종연 정태종 조성문 조영관 채문수 최금동 홍경수 ㅡ (합계 5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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