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고감록孤憾錄

정종배 2022. 5. 24. 04:41






고감록 孤憾錄

딱 한 달 뒤면 장손 부랄 만져 보았다
1951년 신묘년 동짓달 초이틀 56세로 돌아가셔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하내 초상 소상 대상 치른 고감록을
하내보다 십년 더 산 셋째손자
밤중에 일어나 들쳐본다

갈월댁 일금 삼천원
월계댁 일금 이천원
모평댁 일금 이천원
용두댁 일금 이천원
영광댁 백미 한되
오류동댁 백미 한되
당산댁 백미 한되
석진댁 백미 한되
하교댁 탁주 한되
월송댁 탁주 한되
매동댁 탁주 한되
신양댁 탁주 한되
창산댁 창지 열매
위친계 상포대금 일만팔천 오백원
동명계 탁주대금 이만 오천원
죽계 죽 두동
재종형 임곡댁 탁주 한말 백미 한되
당숙 조곡댁 탁주 한말 일금 이천원
당숙 상매댁 탁주 한말
당숙 해남댁 탁주 한말
백부 모평댁 탁주 한말
종형 전주댁 일금 칠천원
매제 노병밀 일금 사만원 백미 여섯되

나주 무안 함평 영광 자라는 애들을 너 거그서 주서왔다 놀래먹고
증조부 동학군으로 관군과 전투에게 부상당한
고막원 똑다리 건너가
정도전 유배지 거평에서 서당 훈장 하시다
장가도 못가고 아조 멀리 떠나신 큰하내 영혼을 달랜다며
사방四邦 함자 하내
사방팔방 나돌아 끗발 재는 노름빚에
큰아들 열다섯부터 상일꾼 새경으로 노름빚을 갚아내
얘깃거리 이어진 가난한 장례식
몇 순배 막걸리 잔 오가고
몇 개 뜬 찹쌀 새알 팥죽 뜨겁게 불어가며
빈상여 놀이에 눈물은 따뜻하게 밤을 샜다

어릴 적 할매 치마 꽁지 붙잡고 모실 가면 치자 북감자 고구마 이야기 보따리 풀어주신 집안 할매들 댁호를 간만에 불러본다
하교떡 월송떡 매동떡 신양떡 창산떡 용두동떡 오류동떡 당산떡 석진떡 영광떡 안동떡
새굴떡 상매떡 해남떡 임곡떡 철외떡 전주떡
후손들은 하나같이 객지생활 하고 있다
그 좋은 그늘을 펼치던 당산나무 이유없이 말라죽고
상수리나무 한 그루가 속이 텅 빈 채
진주 정가 집성촌 고향을 지키고 있다

'정종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강술래  (0) 2022.07.02
씻나락  (0) 2022.05.25
뻘낙지  (0) 2022.05.16
4.16 수인선과 급행열차  (0) 2022.04.16
2022. 4.16기억교실  (0)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