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배 시

씻나락

정종배 2022. 5. 25. 14:50



씻나락

호남선 KTX 무안공항 직선화 공사로
아버지를 고향 문중 납골당에 모시기 위하여
서울역발 목포행 새벽 첫차 KTX고속열차 몸을 싣고
서울에서 천안까지 건물과 아파트 천지로 들판을 보지 못하다
한남정맥 천안아산역을 통과하여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모내기를 끝낸 논에 모가 자란다
트렉터가 모내기를 하고 있거나
써래질로 분주하다
물을 잡은 무논에 산그림자 드리운다
봄가뭄에 보타진 독쌔기만 논에 가득 자란다
못줄을 잡고서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는 들판은 없었다

함평천지 학다리 고향을 지키는 큰형님 집 수돗가에
키다리병 세균성벼알마름병 이삭누룩병 벼잎선충병 등 종자 전염성 병충해를 예방하고 건강한 모를 기르려
씻나락을 소독약에 담가 놓았다

3시간 달리는 국토의 고을과 들판마다 때와 철이 달리 든다

안복을 누리며 반세기를 오르내린 산하를
꼴리는 생각대로 살아온 난
철들 틈이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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