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어학연구회를 조직한 국어연구가 교육자 법조인
학범(學凡) 박승빈(朴勝彬, 1880~1943) 79주기
학범 박승범은 1880년 9월 29일 강원도 철원군에서 태어나, 1943년 10월 30일 서울에서 별세하여, 망우리공원 동락천 약수터와 가까운 해관 오긍선 연보비 뒤쪽에 유택을 마련했다.
학범 박승빈은 한말에 관비유학생으로 1907년에 일본 주오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1910년 변호사를 개업해 활약했다. 법률가로서는 한국인 변호사만으로 된 경성제2변호사회 창립에 참여한 것과 조선변호사협회 대표로 중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것이 알려져 있다. 또한, 《계명》(1921.5~1933.1), 《신천지》(1921.7~1922.11) 등의 잡지를 간행했고,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을 통해 구습타파와 신생활을 주장했으며, 강연을 통해 일종의 신생활운동을 전개했다.
1925년 보성전문학교 교장에 취임하여서는 당시 운영난에 봉착하였던 그 학교를 유지·운영하는 데 진력하였다. 그가 국어연구에 뜻을 두게 된 직접적 동기는 법률가로서 법전 편찬을 기획하면서 국어표기법의 통일이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 데에 있었다고 전한다. 주위의 대세가 자신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역경 속에서였지만, 자신의 소신을 끈질기게 주장하며 시류에 맞섰던 의지와 집념의 인간이었다.
학범은 보성전문학교(고려대학교)와 중앙불교전문학교(동국대학교)에서 조선어학을 강의했다. 1931년 계명구락부를 발판으로 ‘조선어학연구회’를 조직해 ‘조선어학회(처음에는 조선어연구회)’와 대립했다. 1934년 2월에 조선어학회의 기관지 《한글》에 대항해 조선어학연구회의 기관지 《정음》(1934∼1941)을 창간하고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저지하기 위해 격렬한 공세를 폈다.
주시경 계통의 조선어학회 회원을 흔히 ‘한글파’라고 부르고 박승빈 계통의 조선어학연구회의 회원들을 ‘정음파’라고 부른 것은 이들 기관의 잡지 이름에서 연유한다. 같은 해 6월 '조선문기사정리조성회'를 조직하여 7월 '한글맞춤법통일안 반대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혼신의 힘을 기울여 조선어학회에 대항했다.
‘한글맞춤법통일안'에 의해 '먹으니, 먹고'와 '없으니, 없고'로 적는 것은 그의 표기법으로는 각각 '머그니, 먹고'와 '업스니, 업고'로 적게 된다. 소리 나는 대로 적되 된소리 표기에서 'ㄲ·ㄸ' 대신 'ᄭ·ᄯ' 등의 된시옷 표기를 사용하고 'ㅎ' 받침을 쓰지 않으며 복자음을 받침으로 쓰지 말자는 그의 표기법이론은 일종의 역사주의적이고 음소론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서, 훈민정음 창제 이래 우리 민족이 사용해 온 표기법을 거의 그대로 따르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어표기법에 대한 그의 사고는 『조선어학』에 서술된 것을 통하여 판단할 수 있거니와, 구체적으로는 1936년에 나온 「조선어학회 사정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대한 비판」에 상세히 밝혀져 있다. 그의 생각은 역사주의와 편의주의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언어에 대한 연구이론은 복잡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일반대중이 사용할 정서법은 간편해야 하는 것이며, 또한 한 민족의 언어나 표기법은 역사적 지속체여야 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하여, 복잡하며 혁신적인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반대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사회의 동조를 얻지 못한 채 실의 속에서 타계하였다.
1931년 조선어학연구회를 조직하고 기관지 《정음》을 발간하여 주류인 주시경 계통의 조선어학회와 대립하였다. 저서에는 『조선어학강의요지』(1931), 『조선어학』(1935), 『조선어학회사정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대한 비판』(1936), 『간이조선어문법』(1937) 등이 있다. 조선축구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였다. 묘지번호 2036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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