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리공원(인문학)

밥상이 사라졌다

정종배 2022. 11. 20. 18:24

밥상이 사라졌다

언제부터 밥상을 잃어버린 식탁의 시대가 되었다
밥상에 둘러앉아 우애를 다지던 형 동생 누나 언니 등
단어와 호칭과 질서가 사라졌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예비군 동원훈련 며칠 쉬다
씨없는 수박으로 늙어간다
인구절벽 고향 집 대들보가 무너진다

아사카와 다쿠미 선생이 동양 3국에서
만든 이가 아닌 쓰는 이에 의해 완성되는 공예품은
오로지 조선의 밥상이라 상찬했다
조형미 실용성 예술성 등을 두루 갖춘 밥상은 온돌방에 어울린다
나주 해주 통영 세 곳의 공방에서 빚은 밥상이 최고라고
1929년 《조선의 선膳》책을 냈다
두 형제의 3천여 수집품 모두를 놓고가 대한민국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쳐박혀
빛을 보지 못한 지가 고희를 넘겼다

아사카와 두 형제가 선물한 도자기 한 점에 반해서 대한해협을 건너와
한국의 미는 '한의 미'라 판을 깔고 수집하여 가져간
야나기 무네요시 컬렉션 중에도
동서양의 미를 융합 건립한 일본민예관 서관의
다다미가 깔린 안방 한가운데 두레밥상 하나가
이중섭 화가의 '황소'로 되살아나
삼천리 금수강산 콧김을 씩씩불며
방방곡곡 향수를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