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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골목집 오래된 집을 대하는 방법

정종배 2017. 3. 13. 19:40

성북동 골목집 오래된 집을 대하는 방법월간 전원속의 내집 | 임병기 | 입력 2016.01.20 11:01 | 수정 2016.01.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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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 골목길에서 40년 넘는 세월을 버텨 온 낡은 집. 두 달 전 새 주인을 만나면서 바뀐, 그 집의 새로운 풍경이 궁금하다.

빼곡히 자리한 집들 사이로, 부부의 새집이 눈에 들어온다.

정돈되지 않아 더 매력적인 골목과 낮은 담장.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김진환, 이연옥 씨 부부의집이 있다. 세월이 흔적이 잔뜩 묻어났던 이전의 낡은 집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두 달 전 부부를 맞이했다.

구옥을 구입하고 리모델링을 하기까지, 그 시작은 주택살이를 결심한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시의 복잡함으로부터 조금 벗어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것, 아파트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가족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것. 이러한 생각은 지인의 소개로 만난 Nimfe Design 김은진 실장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어 갔다.

이전 주택은 샌드위치패널로 덧댄 가건물이 보이고 단열 등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40년이 훨씬 넘은 구옥이었다. 너무 오래된 집이라 ‘새로 집을 짓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고, 결국 일부 조적구조를 제외하고는 모두 뜯어고치는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리모델링으로 완성된 주택의 내부
샌드위치패널로 덧댄 가건물까지 붙어 있었던 40년 넘은 구옥의 모습
좌)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주변보다 조금 높은 대지에 놓인 집과 만난다. / 우)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회색 빛깔 현관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엔 막막했어요. 그런데 기존 건물을 실측하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정남향의 건물과 아담한 정원, 정면의 시원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죠. ‘잘만 계획한다면 부부가 원하는 공간을 모두 이곳에 담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게만 느껴졌던 두 달의 공사기간은 전혀 예상 밖의 것들로 가득 채운 시간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과 마주하며 거듭했던 고민들은 서로 잘 버무려져 고스란히 집 안팎에 묻어난다.

주변보다 높은 대지에 위치해 타인의 시선이 쉽게 닿을 수 없음은 부부가 이 집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덕분에 오롯이 가족에 의한, 가족을 위한 정원이 생길 수 있었고, 동네 전경까지 품어 작지만 풍성한 공간감이 더해졌다. 실내 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이었지만 한편에 세워진 기존 가건물도 과감히 철거했다. 철거 후 비워진 공간에 너른 데크를 만들고 가족에게 야외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내어준 것 또한, 모두에게 만족으로 다가온다.

주방과 연결된 전면 창 앞으로 널찍한 데크를 놓았다. 다가오는 봄에는 마당에 잔디도 심고 텃밭도 가꿀 예정이다.
이사 후 이곳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이 가족은 너무 행복하다.

차분한 톤의 내부는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고, 햇빛을 가득 담아 정감 있다. 구옥만이 가질 수 있는 박공 천장의 통나무 보를 살려 멋스러움을 더했다.

부부와 대학생 딸, 세 식구가 살 집이라 방은 두 개만 계획했다. 방이 적다 보니 수납공간 부족이 현실적인 문제로 와 닿았다. 고심 끝에 거실 한 면을 수납이 가능한 붙박이장으로 제작하고 마치 하나의 벽처럼, 보이지 않는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여기에 안방 출입문과 노출되는 전기선 등을 감춘 TV도 설치하여 실용성을 더했다.

주 공간인 주방과 다이닝 공간, 그리고 거실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족의 동선과 생활패턴 등을 고려해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또한 각 공간의 특성을 파악한 후 필요한 기능을 담은 가구를 디자인하고 배치함으로써 보다 완벽한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성북구 / 대지면적 : 182㎡(55.05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 건축면적 : 91㎡(27.52평) / 연면적 : 91㎡(27.52평) / 건폐율 : 50% / 용적률 : 50% / 최고높이 : 3.8m(천장고)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 조적조 / 구조재 벽 - 철근콘크리트 + 조적조 / 지붕 - 목구조 / 지붕마감재 : 시멘트 기와 / 단열재 : 가등급 2호 50㎜(바닥), 비드법보온판 100㎜(외벽), 열반사단열재 10㎜ + 가등급 2호 50㎜(지붕) / 외벽마감재 : 스터코 / 창호재 : 더존샤시 PVC 이중창호 / 총공사비용 : 1억2천만원 / 설계 및 시공 : Nimfe Design 02-3673-1946

거실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통나무 보가 그대로 드러나며 운치를 더해준다.
안주인의 동선을 배려한 주방
덧창 밖으로 보이는 돌담은 자연스러운 인테리어 요소가 되었다. 거실 좌측에는 세탁실이 숨어 있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대우 벽지 + 락카 도장 마감 / 바닥재 : 오크 헤링본 우드플로링 + 오크 강마루 / 욕실 및 주방 : 타일 국산 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 : 주문제작(락카 도장 반광 마감 + 오크 상판) / 조명 : 애플 조명 / 현관문 및 방문 : 주문제작(나무 도어 + 페인팅) / 붙박이장 : LPM & 도어 페인팅 / 데크재 : 방부목

좌) PLAN - Before / 우) PLAN – After
온전히 쉴 수 있도록 꾸민 부부침실
문 옆 안주인을 위한 공간을 지나 우측으로 드레스룸이 위치한다. 침실 쪽으로 단차를 두어 공간을 분리해주었다.
타일로 깔끔하게 마감한 욕실

작은 것 하나에도 디자이너의 비법이 스며들었다. 버려질 수 있었던 건물 후면의 돌담장 쪽으로 작은 창과 나무 덧문을 내고, 어둡기만 했던 외부에 조명을 설치하여 마치 창밖을 통해 조형 작품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날수록 주택이 안겨주는 매력은 끝없이 다가와요. 불편할 것도 전혀 없죠. 오히려 이곳에 와 삶이 더 즐거워진 것 같아요.”

‘행복은 배우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부부를 보며 새삼스레 가슴에 와 닿는다. 앞으로 더 많이 행복할 부부의 나날이 기대된다. 


에디터_김연정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1월호  /  Vol.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