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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선생이 쓴 ‘杜門即是深山(두문즉시심산)’ - 마루에 놓인 함지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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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유난히도 반짝이는 날이다. 오늘 같은 날엔 성북동 골목길을 천천히 걸으며, 아름다운 우리 것의 향기를 맘껏 느끼기에 참 좋다. 걷기 좋은 가을
날씨는 우리 문화재를 사랑했던 최순우 선생의 옛 집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걷기 시작하면 나폴레옹 과자점, 성북 예술 창작터, 성북구의 아름다운 나무(느티나무), 성북동 주민 센터를 지나게
된다. 주민 센터에 들러 성북동 지도를 구해도 좋다. 신한은행 건물을 지나면 모자가게와 세탁소 사이에 최순우 옛집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그
골목길로 접어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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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옛집 (혜곡 최순우 기념관, 등록문화재 제268호, 시민문화유산 제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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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문을 들어서면
최순우 선생이 1984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8년가량 사셨던 흔적들을 집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앞뜰 쪽 사랑방 문 위의
‘杜門即是深山(두문즉시심산)’ 은 ‘문을 닫아걸면 곧 깊은 산중’ 이라는 뜻으로 최순우 선생이 이 집으로 이사 온 1976년에 직접 써서
걸어놓은 현판이다. 丙辰榴夏 午睡老人 (병진류하 오수노인)은 ‘병진년(1976년) 석류 익는 여름, 오수노인이 짓다’ 라는 뜻으로 ‘오수노인’은
최순우 선생의 별호이다.
그의 삶이 묻어나는
글귀는 이 뿐만이 아니라, 뒤뜰 쪽 사랑방 위 ‘오수당 (낮잠 자는 방)’,건넌방 창 위 ‘매심사 (매화같은 마음을 지닌 집-친구 분이 선물로
준 현판)’ 등에서도 엿볼수 있다. 193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가옥은 전형적인 경기지방 한옥 양식으로 근대건축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최순우 선생이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담은 저서를 집필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 한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기부로 이루어지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에 의해 보전된
시민문화유산 제1호이다. 유가족이 이사를 가게 되자 최순우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들의 도움으로 보수공사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2004년 일반인에게 개방한 이래 10주년이 되었다. 10주년 기념행사는 2014년 4월에 봄 잔치 ‘쑥덕쑥덕’,
영화 ‘만신’으로 보는 우리 문화 행사 등 다양한 공연과 강연이 펼쳐졌다. 이곳에서는 문화유산기금을 후원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앞뜰과 뒤뜰에 많은 나무와 꽃들은 최순우 선생이 직접 가꾸신 것이라고 한다. 뒤뜰로 접어들면 왼편 동자석주변엔
바구니 가득 동화책이 놓여있어 아이들이 쉬기에 좋다. 오른편엔 대나무, 감나무 그리고 수국 사이로 가을 햇살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차를
마시거나 책 읽기에도 아늑한 공간이다. 관리사무소에는 최순우 선생의 저서가 비치되어 있어 읽거나 구입할 수 있단다. 두 권의 책을 들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그리고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그 책 속에서 혜곡선생을 더 가까이 만나보고
싶었다.
최순우 선생의 작품속으로
오후 햇살이
따뜻했다. 책 속의 문장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어느 학생이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라고 묻자, 최순우 선생께서는, “온 천지에 충만한 아름다움과 추한 것들이 학생 눈에 보이게 되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은 학생의 발밑과 주변에 수두룩이 깔려있으나, 학생은 지금 그것을 밟고도 느끼지 못하고, 바라보면서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라고 답하셨다.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세상을 살아가는 맛>’ 중에서-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중 부석사 무량수전 편에서 -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서 문화재 보존과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최순우
선생은 우리나라 미술사학 분야에서 학문적 체계를 세운 고유섭 선생과의 인연으로 박물관 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 열정으로 우리 것을 사랑하고
아끼며,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것에 자긍심을 갖게 한 그의 문화재 사랑이 책 속 여기저기서 묻어났다.
수국차를 마시며 생각에
잠겨본다.
나의 문화재 사랑은
얼만큼인가? 자문하면서...
*자료 출처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학고재, 1994)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 (최순우, 학고재,
2002)
최순우 옛집에 비치된 자료 및 문화재청
자료
관광지도 ‘성북동’ 과 ‘성북동 예찬’
여행
Tip >
1. 최순우 옛집 (
www.nt-heritage.org/choisunu/)
개관 :
4-11월, 화~토요일, 10-16시(오후 3시30분까지 입장 가능)
휴관 :
일·월요일, 추석당일, 12-3월 * 관람요일내의 공휴일은 관람가능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26-20 (성북로 15길 9)
관람료 : 무료 *
20인 이상의 단체관람은 사전 예약이 필요함
문의 : 02)
3675-3401~2
찾아 가는 길 :
지하철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도보10분, 혹은
6번 출구에서
1111, 2112번 버스, 03번 마을버스를 타고 홍익중고 앞에서 하차
* 주차시설이
없으므로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대중교통 이용바람)
* 최순우 옛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다 (문화유산기금으로 쓰임).
-수국차,
커피, 녹차 등 4000원/ 회원 3000원
2. 산책
코스
*(지하철
4호선)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 최순우 옛집 - 심우장(만해 한용운 가옥) - 북정마을
*(지하철
4호선)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 최순우 옛집 - 간송미술관 - 수연산방
* 성북동 메인
코스(5.14km)
한성대입구역(5,6번
출구)-최순우 옛집-성북동 쉼터-간송미술관-이종석 별장-이태준
가옥(수연산방)-심우장-삼청각-세중박물관(가칭)-정법사-한국가구박물관-길상사-최사영 고택-성락원-선잠단지
글 사진: 김형숙
연대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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