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미사/정종배
아픈 엄마 뒤따라
함평읍내 성당에 다녔다
국민학교 2학년 겨울방학
첫영성체 받으러
시오리길 둘째성과 오갔다
주일미사 영성체 모시기 전
고백성사 의무였다
죄 지은 게 없는데
고백소 앞에서 무릎꿇고
어떻하지 어떻하지 이리저리
어린소견 궁리하다
삼형제 앉혀 놓고
할머니 말씀 잘 듣고
형제간에 다투거나
아버지 맘 상하시게 허지 말고
학교 잘 다니며 공부도 좀 하라 당부하고
외가에 병 구완 중인 엄마의 말씀을 어겼다고 고백하면
미국 출신으로 추운데 성당에 온다고
의자에 앉히고 언몸을 녹여주려 발바닥을 문지르다
구멍난 양말을 보시고
구호품인 미제양발 내주신
외방선교회 소속인 한신부님
그래요 할머니 아버지 말씀 잘 듣고
형제간에 잘 지내야
어머니 병 빨리 나아아요
크리스마스 선물 받은 미제 과자 쵸코렛 껌
한 보따리 품에 안고
30리길 줄달음쳐 외갓집
엄마 앞에 내놓고
얼른 집에 가자 조르던 철부지가
때를 써도 괞찮을
목백일홍 꽃향기 무너질 때
집에 와 처음 쑤시던
팥칼국수가 그리운 밤이다